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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과의 글마당

향기의 글( 씽크대 풍경)

김선심 작가가 그린 씽크대 풍경
박영택

오래전부터 그림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근대 들어와서 아름다움이란 어떤것인가라는 회의가 현대미술의 문고를 만들어 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금도 미술은 아름다운 것을 그린다. 그린것이라고 이해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대상들을 공들여 그리는 것을 미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꽃, 나무, 아름다운 여자의 몸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품목들이라고 여겨진다.
그래서 많은 화가들이 이런 아름다움을 찾아서 그리고 있는 것 같다.
근대에 들어와서 아름다움이 어떤것인지 아름다움이 존재하는지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 얼만큼 주관적인 것이냐 하는 회의속에서 태동된 현대미술이지만 그럼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그 아름다움을 강박적으로 향수적으로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대표적인것이 정물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정물화는 하얀 백자 항아리에 꽃인 라일락이던가 장미라던가 국화꽃을 그린 혹은 그 주변에 놓인 사과나 모과같은 과일들을 떠올린다.
도천 도산봉, 손홍성, 임진숙 같은 수없이 많은 화가들이 정물들을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그려왔다.

지금 보시는 이 그림은 씽크대를 그린 그림이다.
이 작품은 김선심이라는 작가가 그린 씽크대 풍경의 정물이다.
이 작가는 늦은 나이에 대학을 다니고 어렵게 학업을 마쳤다고 한다.
학교를 다니면서 남편 출근시키고 애들을 키우며 어렵게 그림을 그려야했다.
그림에만 전념하는 어린 작가들처럼 하루종일 그림만을 생각할수는 없었다.
아침에 마치 폭격맞은 거 같은 식탁과 씽크대를 보면서 빨리 치우고 작업실에 가거나 학교에 가야한다고 생각했던 작가는 문득 그렇게 처참해보이는 씽크대를 보았다. 아름다운 정물은 아니지만 그 씽크대 풍경은 이 작가에게 절실한 세계이자 풍경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작가는 깨끗한 화병, 모과, 꽃을 그리는 대신에 바로 자신의 삶의 현장을 정물화의 소재로 찾아서 그렸다. 보시면 물이 콸콸 쏟아지고 있고 접시는 쌓여있고 칼과 조리기구들은 우리들을 향해서 겨냥되어 있다.
혓바닥같은 붉은 색의 비닐장갑은 덜커덕 걸쳐져 있고 주변은 때굿물이 흐르고 있고 마치 오래되고 폐허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사실 우리 주변의 씽크대나 식탁 풍경은 저럴수 있다.

작가는 정물화라는 것이 특정한 소재나 아름다움을 그리는 것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일상적인 생활들을 찾고 그리고 또 자신의 생활을 그림으로서 끌어들였다는 점이 저로선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래서 이 정물은 아름답지는 않지만 그 어떤 작가들이 그린 정물보다 매우 절실하고 삶의 모습이 묻어있고 또 하나 여성작가들이 그림의 소재를 일상하고 무관한 나하고는 상관없어 보이는 고정된 소재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소재를 찾아 그것을 적극적으로 그리는 것이 바로 미술이라고 하는 것임을 넌지스 일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정물은 매우 여성주의적인 정물화 미술적으로는 페미니즘한 정물화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 작가는 상투적이고 관습적인 정물화의 소재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삶에서 유심히 들여다 본것들을 적극적으로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미감, 생활들을 자연스럽게 찾아나가고 있다라고 생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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