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물결”과 앨빈 토플러
일반적으로 “고전(古典)”이라면 심오한. 위대한. 불멸의.
불후의 같은 찬사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특출한 사상이나
예술적 성과를 총칭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기준에 볼 때,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1928~)의“제3의 물결
(the third wave.1980년 출간)”이 고전의 반열에
속하느냐고 물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복잡다기 다난한 현실의 저변을 관류하는
인류의 보편타당한 가치를 현찰하는 일이,
고전에 부여된 주 역할임을 상기할 때,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에 뒤이어 정보혁명이라는
새로운 문명사적 의의를 창출한 “제3의 물결”은
현대판 고전으로 분류해 마땅하다.
“오늘날 하나의 거센 물결이 전 세계에 밀어닥치고 있다.”고
서두를 장중한 선언으로 시작되는 ‘제3의 물결’은 사라져가는
산업문명을 기술영역, 사회영역, 정보영역, 권력영역의
측면에서 분석하고,
해당 영역들이 오늘날 어떠한 변혁 과정에 놓여
있는가를 특징적 사례와 함께 상술한다.
‘제1물결’은 사회는 인간이나 동물의 힘과 같은 생체 동력이나
풍력·수력·태양열 등과 같은 자연의 힘에 의존한 농업 중심 사회였고,
‘제2물결’은 사회는 석탄·가스·석유 등과 같은 재생 불가능한
화석연료를 주 에너지원으로 하는 공업 중심 사회인 반면,
‘제3물결’은 사회는 지식정보와 같은 비물질적 자원에 기반을 둔
서비스 중심 사회가 되리라는 것이, 토플러의 통시적 진단이다.
산업사회는 표준화. 세분화. 동시화. 집중화. 극대화.
집권화를 특징으로 하며,
산업문명기에는 분산된 기능들을 재조직하는‘integrator
(통합자)’가 사회의 슈퍼 엘리트로 군림했다.
그러나 다변화. 종합화. 비(非)동시화. 분산화. 적정화.
분권화를 지향하는‘제3물결의 시대’에 접어들면
지식정보의 바다를 횡단할‘navigator(항해사)’가
사회적 주역으로 등장한다.
또 제3물결 문명은 국민국가를 약화시키고,
관료제를 붕괴시키며,
세계를 상호의존적 망상(網狀) 조직으로 전환한다,
뿐만 아니라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생산방식을 확산하고,
‘생산소비자(prosumer)’라는 새로운 경제주체를 창조한다.
즉 二分法的 사고가 풍미하여 왔기에,
우리의 관념 세계에서‘3’이라는 숫자는 새로움을
상징하는 언표로 사용되어온 사례가 많다.
‘제3자’나‘제3 세계’와 같은 일상용어에서는 물론이요,
‘제3의 길’과 같은 학술 용어에서도 그러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제3의 물결’이 예시하는 미래를 모순이나 갈등이
소거된‘역사의 종착점(end of history)’으로 넘겨짚는 것은,
천국낙원이나 극락정토에 대한 맹신과 다름없는 무분별한 행태이다.
다른 미래학자들과 마찬가지로 토플러에 대해서도 분홍빛
이상향을 묘사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파국적 사태에 대한
경고나 대응들이 추가되고 있어,
결코 무분별한 진술로 일관된 한시적인 베스트셀러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미래는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는가? 미래는 경험이나
사실 관찰이 아닌 전망적 사고의 결과로서,
그것은 흔히‘3P’로 요약되는 predictability(예측성).
possibility(가능성). preference(기대감)이 혼재된
복합적 상상 물로 알려져 있다.
즉, 미래는 과학적 예측을 넘어서 바람직한 세계를
창조하려는 개조적 의지를 동반한 실천적 공간인
‘프랙토피아’(practopia. Alvin Toffler가 예측하는
미래의 유토피아)로,
미래연구가들이 제시한 전망들이 훗날 실현되느냐
아니냐 하는 사항은 타당성 평가의 유일무이한
기준이 아니다.
그렇지만 ‘제3의 물결’에는 최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누리고 있는 혜택들이 놀랄 만큼 정확히 예견되고 있다.
그것은 우후죽순으로 속출한 공상적 저작들과
변별되어야 할 저서이고,
특히 모든 것이 쉼 없이 돌아가는 경박단소(輕薄短小)한
시대를 살아가는 바쁜 현대인에게 지혜를 보강시켜 줄 것이다.
이 저서가 가진 또 다른 매력은 참신한 개념, 간명한 논리,
흥미로운 사례들을 적절히 접목한 친화력 있는 서술양식의
특이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제3의 물결(the third wave)이 책으로 출간된 이후 종전의
인문서나 사회과학 서적들이, 시대에 맞지 않는 옛 제도나
관습 따위 구태에서 벗어나(구각) 독자 친화적 모습을
지향하게 되었으니,
고답적, 즉 속세에 초연하며 현실과 동떨어진 것을
고상하게 여기는 학술서나,
또한 흥미본위 질 낮은 대중서의 경계를 과감히 타파한
독서계의“제3의 물결”로 기록할 만하며, 미래를 정확히
예견한‘현대판 고전’이라 할 수 있다.
~^* 옮긴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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