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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과의 글마당

신누리님 백거이와 낙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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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거이와 낙천(樂天) ※◈

백거이(772-846)는 중국 중당시대
(中唐時代)의 시인이다. 
자는 낙천(樂天)이며 시호는 문(文), 
호는 취음선생(醉吟先生)
향산거사(香山居士)이다. 
백락천이 지은 글로는 비파행과 
장한가가 특히 유명하다. 
불교와 노장에 식견이 있었던 백거이는 
글을 쓰고 나서는 늘 여염집 노파에게 
평을 청했다. 
글은 보통사람이라도 쉽게 이해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다음은 백낙천이 지은 시 춤과 노래(歌舞)이다. 
이 시를 보면, 
그의 사람됨을 조금이나마 엿 볼 수 있다.  
한 해가 다 저문 장안성에 
큰 눈이 온 성을 덮었네 
눈 속에서 대궐을 나서는 사람들 
울긋불긋 관복입은 귀족들이구나
귀족들은 바람과 눈을 맞아 흥이나 있고 
부자들은 춥고 배고픈 걱정이 없구나 
이 사람들이 구하는 것은 오직 큰 집이요 
하는 일이라곤 놀러 다니는 일이네 
화려한 대문에는 수레 탄 손님들이 드나들고 
누각에는 촛불 밝혀 노래하고 춤을 추네 
기쁨이 넘쳐 서로 무릎을 맞대고 
술이 취하매 옷 벗고 노는구나 
이 집 주인은 법관이니 
관리들이 윗자리를 차지하네 
대낮부터 취하여 즐기더니
밤이 깊어도 끝 날 줄 모르구나 
이들이 어찌 알까! 시골 감옥 속에 
얼어 죽은 죄수가 있는 줄을 
백락천은 벼슬살이를 하면서도 
부귀권세를 탐하지 않았다. 
백낙천은 자신을 위해 양졸(養拙)이라는 
시를 남겼는데,  
시 속에는 세상 물정에 흔들리지 않고 
살려는 자신의 뜻이 잘 나타나 있다. 

☞ 養拙(양졸: 바보처럼 살리라) 

쇠가 무르면 칼을 만들지 못하고 
나무가 굽으면 멍에로 쓰지 못하리 
지금의 내 모습이 또한 이와 같아서 
어리석고 아둔해 출세가 어렵구나  
기꺼이 명예와 이익을 버리고 
자취를 끊고 시골로 돌아가야지 
초가집에 편안히 살면서 
거문고와 술잔을 벗하리라  
몸은 세속의 틀을 벗고 
귀는 세상의 시끄러운 소리 안 듣고 
일 없이 소요하며   
때때로 도덕경을 읽으리라 
근심이 없어 본성을 즐기고  
욕심을 줄이니 마음이 맑아지네 
이제야 알겠노라! 바보가 되어야
비로소 도를 닦을 수 있음을 
백락천이 항주 자사(刺史)로 
부임했을 때의 일이다. 
항주 근처의 사찰에 도림(道林)이라는 
이름난 고승이 있었다. 
도림선사는 소나무 위에 올라가 
좌선을 하는 일이 많았다. 
선사의 모습은 마치 새가 나무 위에 
둥지를 틀고 있는 것과 비슷했다.  
해서 사람들은 도림선사를 새 둥지 선사 
-조과선사(鳥菓禪師)- 라고 불렀다. 
불경에도 해박했던 백거이는 소문을 듣고 
도림선사를 찾아갔다. 
조당록에는 백락천과 도림선사의 
대화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백락천이 나무 위에서 좌선하는 도림선사에게 물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어떤 것입니까?”
도림선사는 위에서 답했다. 
“모든 악한 일을 행하지 말고, 
모든 선한 일을 받들어 행하는 것입니다.”
백락천이 말했다. 
“이 정도 말은 세 살 난 아이들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자 도림선사가 대답했다. 
“세 살 난 아이들도 다 알고 있지만, 
팔 십 먹은 노인도 실천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이에 백락천은 깨달은 바가 있었다. 
백락천과 도림선사의 대화를 보면, 
새삼 앎과 삶의 괴리라는 화두를 보게된다. 
세상사에 대해 비판적인 백락천으로서는 
현실에서 늘 안고 있는 화두가 
바로 이 앎과 삶의 괴리가 아니었을까?  
그는 늘 도연명처럼 귀거래를 꿈꾸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밖으로 명예와 부귀를 
추구하는 한, 스스로 보기 어렵다. 
관념적인 앎은 그러므로 위선과 기만을 낳기 쉽다. 
현실의 갈등을 경험하지 않은 지식은 도식적인
해석이나 추상적인 이상에 집착하기 쉽다. 
도림선사의 말은 백락천에게 실천이 없는 
이상의 허구를 일깨우고 있다.  
도림선사의 말은 법구경에 나오는데, 
원문은 다음과 같다. 

諸惡莫作 제악막작
衆善奉行 중선봉행
自淨其意 자정기의 
是諸佛敎 시제불교  
모든 악은 짓지 말고 
모든 선은 실천하되, 
스스로 그 마음을 맑게 하라 
이것이 모든 부처님들의 한결같은 가르침이다.  
경전에 따르면, 
악(惡)은 생명을 함부로 죽이고, 
남의 것을 훔치며, 
남을 모해하거나 거짓 증언을 하고, 
여성에 대한 폭력, 술을 취하게 마셔 분노와 
폭력을 일으키는 것을 뜻한다. 
선(善)은 그와 같은 악행을 그치는 것이다. 
불교는 자신의 욕망을 성찰하여, 
악에서 벗어나기를 가르치고 있다.  

                    
                     §* 신누리 서봉 (瑞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