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목계생각이 떠올랐다.
중국 산동성 남쪽에 紀(기) 나라가 있었다.
이곳에 성자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전문적으로 싸움닭을 길렀다.
어느 날 그는 왕을 위한 싸움닭을 기르게 되었다.
닭을 맡긴 지 열흘쯤 지나자 왕이 물었다.
"이제 되었는가?"
성자가 대답했다.
"아직 아닙니다. 자기 힘만 믿고서 쓸데없이 허세를 부리며 날 뛰고 있습니다."
다시 열흘이 지나 왕이 묻자 성자가 대답했다.
"아직도 안 되었습니다. 다른 닭의 하찮은 소리나 그림자에도 덤벼들 자세를 취합니다."
또 다시 열흘이 지났다. 왕이 물음에 성자가 말했다.
"아직도 부족합니다. 다른 닭을 보면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혈기를 부립니다."
그렇게 또 열흘이 지났고 왕이 또 물었다. 이번에는 성자가 전과 다르게 대답했다.
"이제 됐습니다. 다른 닭이 아무리 도발해도 눈빛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나무로 깍아놓은 닭 같습니다.
이제야 그 덕이 온전해진 것입니다. 다른 닭들은 감히 덤벼들 생각을 못하고
그저 등 돌려 도망치기에 바쁩니다."
이웃과도 그렇고 어디서든 그렇다.
이기기를 포기해 버리면 어떨까?
잘하기를 포기하고, 있는 그대로 조금은 어설프게 하려는 자신감이 있으면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 텐데. 상대가 경계하는 것은 아직 나에게 권위의식과 승부욕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내려놓아 상대가 나에 대해 경계할 대상이 못 된다고 느낄 수 있다면
나 또한 상대를 바라볼 때 상대가 아니라 나로써,
경계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의 모습으로 볼 수 있다면...
언제쯤 목계처럼 마음이 요동치지 않고 묵묵해 질수 있을까?
'손님과의 글마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봉님의 글(난 가슴에 무엇을,....) (0) | 2012.03.22 |
---|---|
서봉님의 글(노 자(老 子) 의 잠 언 ) (0) | 2012.03.19 |
서봉님의 글(숙제하듯 살지 말고 ) (0) | 2012.03.02 |
향기의 글(옹알이에서 배우는 ) (0) | 2012.02.28 |
서봉님의 글(만남의 인연) (0) | 2012.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