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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睡箴/허균

 허균(許筠)의 수잠(睡箴)

 

 

 허균(許筠)은 조선조의 학자요 문인으로 자는 단보(端甫), 호는 교산(蛟山)·성수(惺叟)이다. 그의 가문은 대대로 학문에 뛰어난 집안이어서 아버지 엽(曄), 두 형인 성(筬)과 봉(篈), 그리고 누이인 난설헌(蘭雪軒) 등이 모두 시문으로 이름을 날렸다. 21세에 생원시에 급제하고 26세에 정시(庭試)에 합격하여 승문원 사관(史官)으로 벼슬길에 오른 후 삼척부사·공주목사 등 관직을 제수 받았으나 반대자의 탄핵을 받아 파면되거나 유배를 당했다. 그 후 중국 사신의 일행으로 뽑혀 중국에 가서 문명을 날리는 한편 새로운 문물을 접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문인으로서 그는 소설작품·한시·문학비평 등에 걸쳐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문집에 실려 있는 그의 한시는 많지는 않지만 국내외로부터 품격이 높고 시어가 정교하다는 평을 받는다. 그의 작품으로 전하는 홍길동전은 그의 비판정신과 개혁사상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1569~1618)

 

 

수잠(睡箴)-허균(許筠)

 

 

世人嗜睡(세인기수) : 세상 사람들이 잠을 좋아하여

夜必終夜(야필종야) : 밤이면 으레 밤새도록 자고도

睡晝或睡(수주혹수) : 낮에 또 낮잠을 잔다.

睡而不足(수이불족) : 그리고 잠이 부족하면

則咸以爲病(칙함이위병) : 모두 병으로 여긴다.

故相問訊者(고상문신자) : 그러므로 서로 문안할 때는

至以配於食(지이배어식) : 먹는 것을 붙여

必曰眠食如何(필왈면식여하)       : '면식(眠食)이 어떠하냐?'고 한다.

可見人之重睡也(가견인지중수야) : 이것으로 사람이 잠을 대단히 여김을 알 만하다.

余少曰少睡(여소왈소수)            : 내가 젊어서는 잠이 적고

亦不病(역불병)                        : 또 앓지를 않았는데,

年來漸多睡漸衰(년래점다수점쇠) : 요즘 와서는 잠은 많아지고 점점 쇠약해진다.

不自知其故(불자지기고)             : 그래도 나는 그 까닭을 알지 못했었다.

熟思之則睡乃病之道也(숙사지칙수내병지도야) : 곰곰이 생각해보니, 잠이란 병(病)으 로 가는 길인 것이다.

人身以魂魄爲二用(인신이혼백위이용)             : 사람의 몸은 혼(魂)과 백(魄) 두 길로 용사(用事)를 한다.

魂陽也(혼양야)                        : 혼은 양(陽)이고,

魄陰也(백음야)                        : 백은 음(陰)이다.

陰盛則人衰且病(음성칙인쇠차병) : 음이 성해지면 사람이 쇠약해져서 병들게 되고,

陽盛則人康无疾(양성칙인강무질) : 양이 성해지면 사람이 건강하고 무병해진다.

睡則魂出(수칙혼출)                  : 잠을 자면 혼은 나가고

魄用事于中(백용사우중)            : 백이 몸속에서 용사하게 되므로,

故陰以之盛而致衰疾(고음이지성이치쇠질) : 음이 성해져 쇠약해지고 병드는 것은

固也(고야)                                         : 뻔 한 일이다.

不睡則魂得其(불수칙혼득기용) : 잠을 안자면, 혼이 제 구실을 하여

自能制魄(자능제백)               : 백을 잘 제어해서,

使不得侵陽也(사불득침양야)    : 양을 침범하지 못하게 만든다.

睡宜不過多也(수의불과다야)    : 그러므로 잠을 너무 많이 자서는 안 된다.

經云(경운)             : 경(經)에 이르기를,

煩惱毒蛇(번뇌독사) : "번뇌(煩惱)는 독사(毒蛇)니,

睡在汝心(수재여심) : 잠이 네 마음에 있는 것이 바로 독사다.

毒蛇已去(독사이거) : 독사가 없어져야만

方可安眠(방가안면) : 편안히 잘 수 있다."하였다.

世之嗜睡者(세지기수자)            : 세상의 잠꾸러기들은

皆爲惱蛇所困也(개위뇌사소곤야) : 모두 독사 같은 번뇌로부터 욕을 당하는 셈이니,

豈不可懼歟(기불가구여)            :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仍箴以自警曰(잉잠이자경왈)       : 잠(箴)을 지어 다음과 같이 스스로 경계한다.

吁惺惺翁(우성성옹)                  : 아, 성성옹이여

宜睡眼勿睡心(의수안물수심)       : 눈은 자도 마음은 자지 말라

睡眼則可以炤心(수안칙가이소심) : 눈만 자면 마음은 밝힐 수 있지만

睡心則陰魄來侵(수심칙음백래침) : 마음까지 자면 음의 백(魄)이 와서 덤빈다.

魄侵陽剝體化爲陰(백침양박체화위음) : 백이 침노하여 양이 부서지면 몸이 변하여 음이 되니

其與鬼相尋(기여귀상심)             : 그러면 귀신과 서로 어울리게 된다.

吁可畏惺翁(우가외성옹)             : 아, 두렵다. 성성옹이여

 

 

 예로부터 우리들의 인사말에는 “진지 드셨습니까?, 혹은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등으로 주고받았다. 이를 면식(眠食)인사법이다. 잘 자고 잘 먹는 일이 참으로 소중한 것이었다. 그러나 잠을 자는 일이 몸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한 기본적인 잠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지만, 어느 날부터 많은 잠을 잔다거나, 또 잠이 오지 않는다면 모두가 병이 시작된 것이다.

 

 사람의 정신은 두 가지로 분류하는데, 양(陽)의 성질을 가진 혼(魂)과, 음(陰)의 성질을 가진 백(魄)이다. 또 낮은 양이고 밤은 음이며, 건강함은 양이고 병들면 음의 세계라 할 수 있다. 필요이상의 잠을 자는 것은 병의 길로 가는 것이니, 되도록 깨어 있어서 양의 상태로 살아가라고 가르친다. 몸이 자는 것도 두려운데, 마음마저 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드시 눈을 감고 수면을 취하는 얘기 뿐은 아닌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깨어 있으라는 간접적인 교훈이기도 하다.

출처 : 농투산
글쓴이 : 농투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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