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선 작가의 연필로 그려진 그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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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연필로 그려진 그림입니다. 반면 연필은 필기구로써 다뤄졌고 한편으론 그림을 그리는 재료적 역할도 합니다. 이 작가가 그린 그림은 연필로 그려진 그림이면서 만화같기도 합니다. 무척 화가난듯한 여자가 눈에서 광선을 쏘듯이 노려보고 있는 장면입니다. 제목이 '왜 말 안했어'입니다. 이 그림속 주인공은 그림그리는 작가 자신일텐데 자신의 남자친구가 어떤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고 투정하거나 화를 내고 있는 그 순간의 감정을 기억해서 그린 그림같습니다. 이렇듯 오늘날 젊은 작가들의 그림은 상당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발화되고 있습니다. 마치 문장같은 그림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림은 흔히 봤었던 순정만화의 주인공을 닮았습니다. 커다란 창문같은 눈에 보석같은 눈빛을 반짝거리고 작은 입술을 가지구 있는 그런 얼굴입니다. 짙고 어두운 배경을 중심으로 해서 눈에 불을 밝히고 쏘아 보고 있는 여자의 얼굴이 섬뜩하게 들어납니다. 만화나 순수미술의 경계를 지워버리고 일러스트레이션이나 회화같은 것도 무화시키고 다만 연필이라고 하는 익숙한 재료를 가지고도 문장같은 그림을 견고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더 재미난 것은 지극히 소소하지만 선명한 어떤 감정의 순간들을 형상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왜 말 안했어'라고 쏘아 붙히거나 다그치면서 남자친구에게 화를 내는 자신의 감정의 한 순간들을 딱 떨어지는 문장같은 그림으로 그리고 있다는 사실이 오늘날 젊은 작가들의 그림입니다. 즉 오늘날 그림은 어떤 습관적, 관습적소재를 반복해 내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들을 솔직하게 문장화시키는 것 그것이 오늘날 젊은 작가들의 작업태도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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