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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과의 글마당

서봉님의 글(기 러 기)

기 러 기


-강위(姜瑋, 18220-1884), 
도중문안유감(道中聞雁有感)-
豈爲區區稻粱計 秋來春去奈忙何
귀위구구도량계 추례춘거내망하
只愛寒空如意濶 在泥日少在雲多
지애한공여의濶 재니일소재운다


곡식 먹을 궁리만 구구하게 어이 하리
가을 와서 봄에 가니 어찌 그리 바쁘던고.
마음껏 툭 터진 찬 하늘을 사랑하니
진흙탕의 날은 적고 구름 위의 날이 많네.
길 위에서 끼룩끼룩 울고 가는 
기러기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달 밝은 가을밤에 찬 서리 맞고 날아와서, 
봄날 봄소식을 물고서 북녘으로 올라간다. 
기러기들이 저리 바삐 그 먼 길을 오가는 것이 
어찌 단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서겠는가? 
아무 걸릴 것 없이 툭 터진 하늘 박차고 올라 
대오를 이루어 날아갈 때, 
높은 하늘의 맵싸한 찬 공기와 시원스런 날갯짓이
자랑스럽기 때문이다. 
비록 잠시 잠깐 허기진 배를 채우려
 물가 진흙탕에 내려앉지만, 잠시뿐, 
어느새 날아올라 구름을 벗 삼는다. 
먹고 살기 위해 저리 바쁜 모양이라고 말하지 말라. 
그것이야 말로 슬픈 말이다. 
시인은 자유롭게 훨훨 나는 기러기를 보다가, 
진흙탕 속의 제 인생이 문득 슬펐던 모양이다.
~^* 옮긴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