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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과의 글마당

향기의 글(인세인 박 작가의 케이블선)

박영택

오늘날 우리는 대중매체의 세례를 받고 자랍니다.
이전에는 어른의 말씀, 책, 경험적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어떤 지혜들이 삶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기능

했다면 근대이후 우리들은 신문, 잡지, 텔레비전과 같은

각종 매체를 통해서 습득된 지식들이 정보가 되고 지식이

되고 우리들의 삶을 규정하는 핵심적 힘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통해서 수없이 많이

뿜어져 나오는 이미지와 말씀들을 듣고 자랍니다. 어떻게

보면 텔레비전을 통해서 길들여진 세대라고 말해볼 수도

있고 영상매체에 의해서 훈육된 인간들이라고 말해볼 수

있습니다.

그 누고도 대중매체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런데 문제는 영상매체나 대중매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없이 많은 내용들이 우리를 세뇌시키고 그런 식으로

몰고 가고 있거나 그런 것 이외에 다른 것을 생각하거나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한다는 점입니다.

흔히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그렇게

획일적으로 강제되어 있는 수없이 많은 내용들은 철저하게

자본에 존속되거나 상품경제에 의해서 이루어지거나 혹은

오락적 차원으로 작동하는 것들입니다.

물론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지만 점점 우리의 청소년들,

젊은 세대들은 영상매체나 텔레비전에 아주 중독되어 있는

세대라고 말해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박인세인이라는 작가입니다.
원래 이름은 박영덕인데 이름을 박인세인으로 바꿨습니다.
이 작가의 작업은 보시면 아시겠지만 인물에 주서선처럼

지지직 지지직 지나가는 선들이 보입니다.

이 선들은 케이블선입니다. 이 작가는 판넬에 케이블선을

나란히 붙였는데 그 케이블선의 표면을 드릴로 긁거나

그라인더로 갈아가지고 껍질이 벗겨지면 나타나는 금속성을

보여주며 이미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케이블 선의 표면을

긁어가지고 이미지를 떠올려 주는 겁니다.

그랬더니 마치 영상 이미지에서 보여주는 주서선이 흐름

같은 이미지들이 떠오릅니다. 이 이미지는 자신의 지인의

얼굴이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보이면서 마치 범죄자를 찾는

사진 같은 형식을 떠올려줍니다. 우리가 영상매체를 통해서

인물을 받아들일 때는 기계적으로 받아들이는 틀들이 있겠죠.

바로 박인세인은 우리가 케이블선을 통해서 보이는 그 영상

이미지의 관례를 따라서 케이블 선을 따라서 어떤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 그 이미지가 어떤 인물의 상을 왜곡시키거나

굴절시키면서 마치 범죄자 같다던가 또는 수배전단지에서

보이는 사진 이미지 같은 식으로 왜곡시킨다는 것입니다.

결론은 아주 단순합니다.
영상매체를 통해서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이미지들과 정보는

우리에게 왜곡된 진실을 알려줄 수도 있다.

오늘날 우리가 영상 이미지를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객관적인 거리 속에서 조망할 수

있는 거리 속에서 반성적이고 비판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런 거리를 갖지 못할 때는

우리는 그 영상 이미지 속에 매몰되버리게 됩니다.

바로 박인세인은 흥미롭게도 케이블선이라고 하는 재료를

통해서 영상 이미지와 같은 효과를 내면서 동시에 그 정보가

어떻게 왜곡되고 있는 것인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평면

작업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