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은 이재삼이라는 작가가 그린 그림이다.
아주 매혹적인 솜씨로 거대한 소나무를 가득 그려 놓았다.
5~6미터되는 큰 화면에 그린 이 그림은 마치 소나무 앞에 대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소나무 그림은 면천에 목탄으로 그린 그림이다. 유화물감이나 다른 재료를 가지고 그린 그림이 아니라 목탄이라는 검은가루를 캔버스 천사이로 밀착시켜 가면서 그린 매우 밀도높은 소나무가 완성되는 그림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목탄만을 가지고 그림을 그린 작가는 거의 없다. 목탄은 드로윙, 스케치를 마련하는 데 쓰여지는 도구일 뿐 목탄자체가 완성도 높은 그림으로 이루어진 사례는 거의 보지 못했다. 이 작가의 작업실에 갔더니 그동안 썼던 목탄들 수천개가 부셔져서 파편화 되어 있는 모습을 봤다.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목탄을 칠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 작가가 그린 그림들은 소나무, 매화그림이다.
이 작가는 소나무 중에 일명 당산목, 신령수에 속하는 오랜세월 수백년 된 소나무를 찾아나갔다고 한다.
고향이 강원도 영월인데 영월도 아주 뛰어난 소나무가 있다. 어렸을때부터 보았던 심상속에 자리잡은 소나무때문인지 나이가 들어 소나무의 아름다움, 소나무의 외관보단 말할수 없는 묘한 느낌들을 그리고 싶어 했다. 특히나 어둠속에 소나무를 그리는데 어둠속의 소나무는 보이지 않겠지만 소나무의 나무 등꼴과 나뭇가지들이 보이는 이유는 바로 달빛때문에 그렇다. 달빛을 그리진 않았지만 달빛을 통해서 요요하게 번져나오는 소나무의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기운들을 그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걸 그린 이유는 바로 그게 한국인들이 사물을 보는 시각이고 대상을 이해했었던 눈이라고 봤던 것이다. 우리가 흔히 사군자에 하나인 매화나 난을 그린 그림, 전통회화에서 소나무를 그린 그림을 보면 그것이 단지 기계적으로 외관을 묘사한 것이 아니란 것을 알수 있다. 소나무는 흙이기도 하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기운이기도 하고 무수한 세월을 이겨낸 신비스러운 존재로 다가온다. 달빛에 비치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그러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소나무에서 받는 기운이나 정녕 같은 것들을 그리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그게 제대로 그려졌는지에 대해 판단할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어린시절부터 익숙했던 사물을 저렇게 보고 있구나하는 것을 알려준다. 소나무 하나를 보여주는 것은 단지 소나무의 닮은꼴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선조들로부터 지금까지 소나무가 어떤 존재였는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다.
알다시피 예전 조상들은 죽으면 소나무 관에 뭍고 무덤 주변에 소나무를 심었다.
민화에 흔히 봤었던 작호도라고 호랑이와 까치가 있는 사이에는 항상 소나무가 있었다.
소나무는 신령스럽고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역매이기도 하고 장수를 뜻하기도 하고 오랜세월동안 동네를 지켜온 당산목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신비스럽고 염원한 존재인 소나무를 달빛속에서 아주 매력적으로 목탄으로 그리고 있는 이재삼의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