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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발자취

어느 길손에 이야기

연휴를 맞아 나 같은 백수도 배움터이거나 갈곳이 없다.

도곡에 최 사장님께 전화를 하여 목포 쪽으로 바람이나

쏘이러 가자 햇던니 좋다고 하신다.

송정역에서 11시에 만나 기차를 타고 가는 길, 논에 모를

심는 모습이 정겹다. 최 사장님과 어린시절 못 줄을 잡고

논 일을 돕던 기억을 이야기 한다.

연휴라 우리들 일행 보다 기차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차중이 여행의 즐거운 대화들로 더욱 분위기가 부드럽게

하여 준다.

목포 유달산을 찾는 듯 등산 복 배낭차림도 많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는 틈에 벌써 목포역이다. 우리는

영란횟집을 찾았다.

민어고기가 맛이 나는 집이라 손님들이 많다.

여기서 신협 감사님이며 다른 팀으로 온 사람들을 만난다.

최 사장님도 좋다며 오찬에 약주를 곁들여 맛잇게 드신다.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유달산 조선내화 회장님 박물관을

찾아 갓지만 휴일이라 문을 열지 않는다.

거기서 부두로 나와 여객터미날을 둘러 본다.

제주를 여행하고 돌아 오는 여객들이 장관을 이룬다.

다시 찻집에서 차를 나누고 역으로 나온다.

역사엔 조금전 배를 타고 온 팀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 

날씨도 덥고 어디에 쉴 틈이 없어 밖으로 나와서 노인

들이 노는 장기판을 굽어 본다.

이렇게 차 시간이 되어 프렛홈은 민물이 몰아 치듯, 아우성

을 이룬다.

돌아 오는 길은 시원한 에어컨에 피로가 쌓여 잠을 자며

온다.

농성역에서 최 사장님과 이별을 한다.

핸폰에 박남철님과 나영기님이 저녁을 먹자고 기다린

단다. 

우리는 중국집에서 간단하게 들고 온다.

집에선 아내가 모임을 다녀 온 이야기로 휴식을 취한다.

아침에 송정역에서 잠시 만난 김양기님의 말이 떠 오른다.

수필글이나 시를 보면서 놀랐다고 하는 찬사다.

고맙기만 하엿다. 더 열심히 하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오늘은 엊 그제 다녀온 내소사 기행시를 정리

하여 발자취로 남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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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손을 따라,

검은 전나무 숲으로

서해의 한 줄기 갯바람이

찾아 든다.


사천왕 부릅뜬 눈,

어린날 콩닥쿵 뛰던 가슴

웃음을 짓고,


능가산 정기어린

산세마다 장엄한 바위 돌

억년의 신비,


내소사 앞 마당에,


할머니 당산나무는


녹색 머리 고운 얼굴로

중생에 평안을 비는 祭像

그 자태로 서있구려,


아랫 마을에 외로운

할아버지 당산나무가

길손이 묻는 사연감추고


법당 목수시절

불공여 치맛폭 훔쳐보다

스님의 혼줄로 쫏겨 난

그 부끄럼 이 듯,


길손의 화폭엔

할머니 천친한 미소

아찔한 배꼽 밑 속곳치마

얄궂은 심술이 담겼구려,

 

 할머니 당산나무

 할아버지 당산나무

2011년 6월 6일 월요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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