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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발자취

눈 길에 기차를 타고

 

눈길에 기차를 타고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고 밖을 본다. 흰 눈이 소복이 쌓여 있다. 오래토록 기다리는 사람이나 온 듯 반가워 "야~ 눈이 왔네," 탄성을 터트린다. 몇 일전부터 흐린 날씨가 눈이라도 오려는 기미는 보였지만 그냥 넘겼는 데 쌓인 눈을 보면서 환호성을 칠 만큼 기뻣다. 내가  월요일부터 기차여행을 가려 했으나 다른 일들이 생겨 미루던 것을 눈 오는 날을 맞추어 떠나라는 누구의 행동 명령이나 받은 양, 아침을 먹고 등산복 차림으로 집을 나선다. 송정역에서 무궁화호 표를 사는 데 나의 가슴이 자꾸만 뛰고 있었다. 프렛 홈으로 들어서는 기차가 하얀 눈 옷을 입고 사뿐히 미끌리 듯 승객들 앞에 멈춘다. 좌석 번호를 찾아보니 창 쪽이어서 더욱 기분이 좋았다. 기차가 송정역을 출발하자 눈송이는 더욱 더 굵게 쏟아지고 있다.

 세상이 온통 어지럼으로 바뀌고 시야엔 백색이란 눈송이가 흑색의 사물을 덥고만 있는 장난구러기로 보이고 있었다. 순간 나는 옛날의 흑백 영화를 다시 보는 듯 싶고 어린날 기차를 타고 동네 아이들에게 자랑을 하던 기억을 떠 올려 보기도 한다. /야~ 기차 한 번 타보면 좋겠구나,/ 기차를 타면 어지럽지,? / 그러면 다른 아이는 /야, 기차 타면 꼬숩냐,?/는 등, 이런 동심으로 나는 어깨까지 으쓱 하며 자랑을 하던 일도 더듬어 보면서 빙그래 미소를 짓는다. 또한 창 밖의 풍경에 팔려 기차여행에서 책이라도 보려는 계획은 홀랑 까먹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 나는 혼자 훌쩍 떠나는 연습을 하는 지도 모른다. 인생길 평생을 가정과 직장 또한 무슨~ 굴레에 억메여 살아 온 것은 아닌가, 오늘처럼 눈길을 따라 혼자만이 명상의 오솔 길로 살아온 길을 반추하면서 더 많은 생각들을 하고 싶은 바램이 솟는다.나는 이 불같은 감정을 다스려 볼 일이다. 

 목포역에 하차를 하여 내가 가야 할 길이 이미 정해진 듯 나는 뚜벅~ 유달산 쪽을 향하고 있었다. 시내 쪽은 눈이 녹았지만 유달산엔 제법 쌓이고 있어 미끄러워 혼자서 가는 길이 너무 위험하다는 주의 심에 돌아 선다. 유달산을 뒤로하고 펼쳐진 바다 쪽으로 눈길을 돌리니 크고 작은 섬들이 눈속에 더 춥게 보이고 있었다. 내가 항상 이곳에서면 멀리 바다는 은비늘의 춤사위로 아름다웠고 올막졸막한 섬들이 멀리서 반갑다는 짠 내의 바람소리로 달려오던 다정함이 오늘은 외로롭게만 아득히 가물가물 하였다.

하산을 하면서 노적봉 아래 새로 대형 건물이 있어 둘러본다. 노적봉예술회관이란 간판이 있어 들어갔다. 홍보 관엔 목포시의 관광지를 비롯하여 이곳을 찾는 분들을 위한 유익한 자료들이 영상으로 잘 갖추어 있고 남농선생 미술관엔 12월 말까지 유명작가분들의 작품이 전 시중이었다. 이 훌륭한 에술관이 아직은 홍보가 덜 된 탓일,? 관객이 없어 나 혼자 보기가 미안할 정도 였다.

 때는 점십시간을 넘긴 채 내가 기차여행이란 그 욕심으로 그만 끼니를 잊고 있다는 것을 깨 닳고 식당을 찾아간다. 전에 가끔씩 가던 민어 횟집을 찾던 중 꼬리 탕집의 간판을 보고 호기심으로 들어섰다. 집은 오래 된 듯싶지만 주인이 아담하게 장식을 하여 실내분위기가 나를 이끌고 있었다. 꼬리 탕이 어쩐지는 몰라도 방에 넘치는 맛난 냄새가 빈 뱃속으로 넘어 가고 있었다. 산에서 내려온 몸이라 얼굴이 얼얼하여 소주 한 병을 시켜 한 잔을 하고 꼬리 탕을 들고 나니 홍조가 된 얼굴이 거울 속에서 빙긋이 꽃 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밖에는 눈이 멎고 바람이 쌀쌀하다. 역으로 와서 기차시간표를 본다. 용산가는 차를 탄다. 중년으로 보이는 5~6명의 여인들이 나 처럼 눈 오는 날 기차여행을 온 모양이다. 하얀 스츠로풀 생선 상자들을 하나씩 무겁게 들고 시끌작하게 소리를 내면서 열차에 오른다. 모임에 총무나 되는 지 과자도 나누며 자리를 화기애애하게 이끌고 있다. 다섯 개의 상자는 무엇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하얀 눈을 가득 퍼서 여행 기념으로 들고 가는 것이란 엉뚱한 넋두리를 하면서 오찬으로 약주에 녹아버린 취객 인가 아니면 겨울 눈 기차를 타고 꿈을 꾸는 것일까, 허벅지를 꼬집어본다. 정녕 너무 들뜬 기분에 잠시 내 정신을 잃어버린 듯싶어 실소를 먹음는다.

 이 때 손 전화벨이 울린다. 일산에 살고 있는 친구가 안부를 묻고 이쪽에 눈이 온 다는 소식을 듣고 오늘 무엇을 하는 지 , 그리움에 전화를 했다. 고 한다.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이 친구가 목포에 살면서 내가 자주 보고 싶어 오던 것을 오늘도 기차 여행 중에 지난날 추억을 떠 올리곤 하였는데 어찌 내 생각이 친구의 영감으로 통한 것일까, 문안 이야기만 주고받았지만 광주까지 오는 내내 참 기적 같은 일이라며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다.

나는 광주에 도착하여 목욕탕으로 간다. 한가한 욕실엔 손님이 없어 조용하기만 하다. 나는 따뜻한 물에 잠겨 돌아본다. 혼자서 떠난 여행을 즐겁게 돌아와 여러 느낌을 정리하여 하여 보는 시간,

“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 이런 법정스님의 시구를 음미하면서 무엇인가 채워져 있으면 본 마음이 아니다. 텅 비우고 있어야 거기에 새로운 도가 있다는 이치를 배운다. 나 역시 언젠가는 삶을 놓고 떠난다.그래서 내가 "눈 길에 기차로 떠나"는 종목에 투자를 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여 본다. 내 나름의 삶을 닦는 큰 보람의 이익을 얻은 것이라 평가를 하엿다.

 한편으론 먼 먼 훗날 우리들 가족이나 친지들이 나의 삶에 발자취(나의 일기장 명칭)에 글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때에 야~ 하며 "눈이 오는 날 기차여행의 발자취로 멋진 글을 남겼노라,."고 감동을 한 다면 내 영혼도 더 신바람 나고 아름다운 세상에 멋진 눈발로 펄펄 날려 주리라, 는 글로 맺는다.

 

 

 

  2011년 12월 16일 금요일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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