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손님과의 글마당

서봉님의 글(줄 탁 동 시)

줄 탁 동 시(啐 啄 同 時)

이 말은 선종의 종문 제 1지도서
벽암록(碧巖錄)에 실려있는 글입니다..

새가 알에서 깨어날 때 새끼가 안에서 껍질을
쿡쿡 쪼아대는 것을 啐(줄)이라고 하고 ,

어미새가 바깥에서 쿡쿡 쪼는 것을
탁(啄)이라고 합니다.

줄과 탁에 의해 껍질이 깨지고
안에서 새끼가 나옵니다.

줄과 탁이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새끼는 안에서 죽어버리고 말죠..

이 두 가지가 동시에 행하여지므로 사제지간이
될 연분이 서로 무르익음의 비유로 쓰이는데,

어떠한 일을 할 때 서로 동시에 협력해서 해야
된다라고 할 때도 쓰이곤 한다.

불가(佛家)에서 이 말을 인연(因緣)에
비유하여 많이 사용합니다.

이것을 선가(禪家)에서는 스승이 제자를 지도하여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것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마치 어미 닭이 소중하게 알을 품듯이,
스승이 제자를 끊임없이 보살펴서 그 근기가
무르익었을 때 깨달음의 길로 이끌어 주는 겁니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할(喝)이라든가,
방(棒)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그 중에서 가장 제자의 근기(根機)에
맞는 방법을 택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그러한 시기가 올 때까지 제자는
오매불망 정진에 힘써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이와 같이 스승과 제자의 행동이 동시에 이루어질 때,
비로소 새로운 세계가 열리게 되는 겁니다.

요컨대 사제간의 인연이 어느 기회에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을 선가에서는 줄탁동시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비단 선가의 지도법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라,

현대 교육에서도 참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하자면,스승은 제자를 위하여 참되게
?탁?을 해 줄 수 있는
안목과 지도가 절실히 요망되고,

제자 또한 스승을 존경하고 학업과 인격도야에
전념하여 언제라도 ?줄?을
할 수 있는 요건을 구비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서로가 노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어느 한 쪽만의 노력으로는 결코
이루어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즉 啐啄同時(줄탁동시)는
가장 이상적인 사제지간(師弟之間)
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李白의 山中問答 
 
問余何事栖碧山(문여하사서벽산) 
나에게 무슨 일로 벽산에서 사는가 물으니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 
웃으며 대답하지 않으나 마음은 절로 한가롭도다. 
桃花流水杳然去(도화유수요연거) 
복사꽃이 흐르는 물에 요연히 흘러가는 것이 
別有天地非人間(별유천지비인간) 
인간이 살지 않는 세상이 따로 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