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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발자취

봄의 교향악

일요일 오후는 나에게 참 한가한 시간을 주어 고맙다.

집에서 혼자서 점심을 차려 먹고 티비의 2012년 SK 텔레콤 오픈

골프 중계를 보면서, 김비오선수가 잘 나가는 것을 보면서 오는

23일엔 우리도 필드를 가는데 벌써 내 마음은 푸른 잔디밭을 걷는

기분에 가슴이 설레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연습장으로 달려간다.

회원들이 모두들 맹연습을 하고 있기에 함께 차를 나누며 격려를

한다. 연습장에선 백푸로는 아니어도 마음 먹은 대로 공이 잘 맞는

샘이다. 하지만 필드만 가면 행여나 하던 게 역시나 공들이 미친

듯 춤을 추는 것이다.

오늘 연습만큼만 잘 복사를 해 두면 잘 되겠지.? 하고 마무리를

하였다. 마지막까지 함께한 남철님과 오는 길에 슈퍼에서 시원한

어름 과자를 나누고 헤어진다.

상록회관에서 집까지는 20분 거리라 날씨가 좋아 천천히 오다가

상록 미술관 앞을 지나며 잔디밭에 여러 가족들이 자리를 깔고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들이 좋아 보였다.

경내를 들어서는데 울타리에 장미꽃 넝쿨이 너무 아름다워 디카로

담아 두었다. 아이들이 뛰어 놀고 할머니 엄마 아빠들이 웃으며

뒤뚱거리는 손자인가 꼬마들을 멀리서 손뼉을 치며 귀여워하는

광경이 정겹다. 벤치에 앉아 한동안을 바라보고 한 바퀴를 돌며

행여 시립미술관 관람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니 문이 열려 있어 반가움에 들어선다."봄의 교향악"이란

미술 전람회가 열리고 있었다. 전시관을 들어서 작품들을 보는데

너무 어려워서 그냥 봉사 문고리 만지는 시늉만 하고 돌아본다.

쉬운 풍경화 정도나 보면서 좋은 그림이다 하는 수준에 현대화의

상징적 예술엔 무식자인 나, 기계를 포장하는 헌 목제(판자)를

위아로 쌓 올린 것의 중간에는 바위 순 모양에 여린 풀들이 피어

있는데 "생명" 이란 제목을 달았다.

즉 식물의 생명을 다루는 설치 작가분이란 설명이 붙어 있었다.

그래서 버려진 폐목들을 중심으로 죽은 나무들 그 사이에 이런

파란 생명이 돋아나는 감동을 배우고 나왔다.

다시 발걸음은 더 자유스럽게 여기저기 눈길을 보내면서 하수구

공사장이거나 도로를 확장하는 공사장도 유심히 돌아보고 온다.

농성동의 구석진 어느 골목에 묵은 보호수가 서있어 시원스러워

그 가까이 다가가 본다.

아니 이렇게 큰 나무가,!

나는 놀라웠다. 무심코 지나만 다니던 샛길의 낮선 곳,

나무이름은 팽나무란다, 수령이 3백년, 수고 15여 미터에 몸통은

2미터,! 눈짐작으로 보아도 그렇게 보인다.

나는 그늘집 안으로 들어서 벤치에 앉아서 살핀다. 좁은 땅에

겨우 몸통에 뿌리를 깊이 박고 옆으론 작은 골목길이다. 동네로

통하는 좁은 길에 차들이 몇 대가 서있고 그 옆엔 쓰레기들이

지저분하였다.

주변은 작은 밭이 있고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붙어 답답하게 서

있다.

서구청에서 기왕의 관리를 한다면 터를 넓게 잡아 지역 문화적

보존 가치를 세워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여 보았다.

저녁상엔 우리 두 내외의 옥상에 호박과 방울도마도 고추들 물을

며 그 작은 생명들과 나눈 꽃과 열매들 이야기로 즐겁기만

하였다.

하나를 더하면 서로에 위안이 되는 일들을 찾아서 살고 황혼길, 

언젠가 하나가 되는 연습처럼 각 자가 하루를 개발하는 정겨운

이야기들 그 속에 봄의 교향악 악장을 장식하는 아름다운 소리로

감미롭기만 하는 이 감동,   

이런 자리의 흥미를 더욱 돋우는 분위기를 위하여 빨간 포도주를

건배하며 하루의 평안을 색칠하 듯 우리들 얼굴에 진한 장미빛을

자꾸만 장식해 본다.       

나의 이런 발자취가 어느 예술의 전당 무대에 "봄의 교향악"인가,.

우리들 삶에 시(詩)요, 직접 지휘를 하며 감상을 하고 온 듯,...

잠자리에 감사가 담기는 흐뭇한 글과 영상으로 남기는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2012년 5월 20일 일요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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