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 바람의 고통,
井寶 최 이 섭
내가 40대에는 음악 감상용 오디오에 열을 올렸다. 6~70년대의 조립식
전축에 비하면 수입된 오디오는 음질이나 성능 면에서 비교할 정도가 아
니라는 점, 물론 가격도 고가인 편이었고 음반을 사느라 보너스나 여유
돈을 들여 2백장이 넘게 모으기도 하였다.
또 내가 퇴직을 하고 구시대의 기기며 음반을 정리하느라 애를 먹기도 한
기억들,...
이젠 포켓용 MP3가 유일의 소리 친구가 되고 있다.
나에게 후회스러운 것은 이 나이에 악기를 다루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집에 피아노가 들어 온 것은 64년도 인 데, 그 시절 어려운 생계를
위한 교습용이라 퇴근을 하여 집에 오면 학생들이 몰려 와서 저녁 늦도록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얼마나 지겹던지, 그 때부터 악기에 대한 의욕을 잃
어버린 듯싶다.
요즘 주위에 악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 지난 가을 아코디언을 배우운다
고 했더니 아내가 함께 배우자 하여 학원을 가고 악기도 장만하였다.
우리가 학원에서 배우며 곡을 받아 오면 아내는 바로 연주를 하 건만,
나는 왕 초보라 악보에 건반, 음자리 찾기에도 땀이 날 지경에 이르지만
그래도 죽자고 맹 연습중 3개월째 엔 손목의 심한통증이 온 것이다.
이런 나에게 옆에서 한 마디씩 충언을 해 주곤 한다.
나이 들어 뭐 그런 걸 하느냐,...고 그만 두라고 들 하는 것이다.
손목을 치료 하느라 통원 한 달을 넘겨도 완치가 어려워 다른 운동마저
쉬어야 했다.
곰곰이 생각을 하여보니 괜한 老慾이라며 마음에 동요가 일고 있었다.
하지만, 가는 데 까지 가보자, 며 치료를 더 서둘며 아내는 벌써 중급반에
가 있는 데,
나는 초급반을 다시 시작 하였다.
옆에서 소리만 듣고도 내 곡의 틀린 곳을 찍어내는 아내가 나의 이런 애
씀에 얼마나 안타까웠던지,...
요즘엔 아주 모르는 척 하고 넘기 곤 한다.
그리고 나는 부끄럽게도 음치라서 노래를 못 부른 다는 점, 동요 한 곡도
완전하게 부르질 못 하는 처지라서, 손가락은 악보 만 쫓는 한 눈 박이나
다름이 아닌 나, 배움이 더딜 수밖에 없다.
또한 긴장감 때문에 선생님의 지명을 받곤 집에서 좀 한단 곡들도 틀리며
더듬거리는 두려움증이 심하고 손놀림 역시 막대기처럼 둔하기 짝이 없다.
하여 악기에 대한 공포감에 자꾸만 더 혼란스럽고 이런 고통에 보체는 날
들이다.
엊그젠 아침편지에 "무슨 일에 두려울 때가 고비다./ 아예 무너져 버릴 수
도 있는 위기의 순간이다“ 나는 이 훌륭한 글귀에 고개를 끄덕 거리면서
용기를 얻었다.
그래서 호주머니에 악보를 담고, 거리, 지하철, 어대서나 누가 듣건 말건
악보 따라 흥얼거리,...는 미치광이로 변신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아들이 “ 아코디언 잘 되느냐,...?” 묻기에 “아니다, 기본이 3 년이란다. 며
얼버무리고 말았는데, 옆에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며 말없이 그렇게 넘겨
주는 아내가 여간 고맙기만 하였다.
내가 3년이라고 대답을 하여 준 뜻은, 남들은 한 곡을 하루에 배운다면
나는 곡, 따로 노래, 따로 익히는 연습을 남들보다 세 배로 더 하자,는 나의
목표를 마음속에 두고 한 말이다.
이렇게 나의 배움을 고집스럽게 추진하면 점차 어려운 악기도 정복을 할 수
가 잇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8십 나이 중반이신 우리 누님은 매형님과 함께 75세에 신, 구약을 보시며
매일 틈을 내어 대학 노트에 한두 줄씩 쓰기를 시작해서 ,5년에 걸쳐 완필을 하여 목사님으로부터 이 노트에 가죽 표지를 입혀주시는 외에도 상까지 받으셧다,며
우리들이 가면 늘 자랑으로 꺼내 보여 주신다. 그래서 노년에 의지력의 本으로 삼자며 마음속에 잘 간직을 해 두었다.
사람이 무슨 일을 시작하면 반을 이룬 것이란 말도 있다. 나도 악기엔 반을
넘긴 것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더 열심히 하자고 나를 달래 본다.
어깨에 아코디언을 메고 도래미 건반을 치면 어느 나의 새 다정한 친구인 양, 내 삶에 세월의 시련을 달래주는 속삭임이 듯, 그 고운 선율에 감동의 눈시울을 적셔 보기도 한다.
“그래,” 이런 나의 도전이 노년에 꿈을 세우는 활력소가 되는 것과 삶에 소중한 보람을 거두도록 최선에 노력을 다 하여 보자며,...
나의 아랫입술을 지긋하게 깨물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