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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발자취

무제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집 앞길을 청소하는 일로 하루를 연다.

평생직장을 정년으로 마치고 집에서 해야 하는 가장 쉬운 것을 찾아 하고 잇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작은 상가 건물로는 마당이나 다름이 아닌 시민의 통행로이다. 행인들이 무심코 버린 담배공초, 과자포장지, 휴지들을 쓸어서 버리는 일로 힘이 들거나 구차한 것도 아니어서 매일 하다보니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

아침에 비질을 하면서 잠시지만 우리 집을 바라보며 내가 살고있는 집에 대한 고마움과 살아 온 발자취를 더듬어 보기도 한다. 그리고 가로수 주변 비닐봉투로 담아 버리려진 불법 쓰레기부터 담배갑, 각 종 홍보용 유인물들이 널려저 있는 곳을 치우는 일이다.,

그 뿐 아니라 밤사이 가게의 한 편에 자장면 그릇을 엎어둔 형태의 인분이거나 어느 취객이 토해 낸 고약스런 술 냄새에 음식물, 그 흉물스런 것들을 치우자면 나도 비위가 상하여 구역질이 날 정도지만 연탄재나 흙을 날라다 덮고 치운 자리는 물을 떠다 씻어 내기도 한다.

또한 도로변에 생명을 부치고 사는 가로수도 철따라 나 에게 작은 선물들을 주고 있다. 봄이면 은행나무 꽃이 떨어저 쌓이고 여름철엔 녹음이 짙어저 그늘을 두리우고 가을엔 낙엽이 있다. 가을을 좋아하는 나는 낙엽이 지는 모습을 시인들처럼 시심으로 바라보며 감동에 젖기도 하고 예쁜 은행잎을 골라 책 곷이로 쓰기도 한다.

이 작은 공간이 나의 친구인양 아침이면 내가 나서야 한다며 고집스러도록 여기에 선다. 일찍 일터를 찾는 사람들과 학생들을 만나며 날이 갈수록 나에겐 모두들 골목안 가족처럼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우리가족 모두에 편안한 발걸음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봉사의 뜻이며 새벽부터 밤늦도록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통로로서 항상 생기가 넘치는 바램을 심고 싶다.

지난날 어느 동장 시절엔 은행나무 밑에 손바닥 만한 화단을 조성하고 동네 길을 살리자고 찾아 오던 때도 있었지만 그 동장이 떠나고 흐즈부지 없던 일로 지나친 적도 있다.

이제는 아침마다 비질을 하다 보면 쓰레기들이 나에게 세상 돌아가는 깨우침을 주기도 한다. 얼마전 지방선거철엔 후보자들 홍보물이 무더기로 뿌려지고 잇을 때 이다.

“히히~ 아직도 당신들 정치문화가 이정도입니까,...하는 비아냥 소리를 들으며 나는 이 낭비적 요소의 선거비용이 부끄러워서 그만 얼굴을 붉히며 마음이 아프기도 하엿다.

더구나 경제가 어렵다는 보도가 나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무이자 빠른 대출”이란 금융업체들에 광고들이 판을 친다.

그리고 어느 취객이 토해낸 불결한 오물 무더기가 흘려지는 시기가 중고생들 졸업기거나 전 날밤 어느 스포츠나 큰 행사가 치러진 듯 싶다는 속단으로 씁쓸한 미소를 남기는 때도 잇다..

더구나 도심의 도로변에 살며 소음공해로 시달리는 나에게 우리집에 대한 애착심이 더하여 구진 일도 마다 않고 하는 일, 어쩌다 이런 청소를 걸르면 마음이 꺼림직하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날은 재밋는 일도 더러 있어 친구들에게 자랑삼아 한 이야기도 있다.

어느 가을날 새벽부터 누가 은행열매를 따가고 어지러진 잎들이 쌓여 있어 나는 마음이 상하였다. 열매를 따가려면 뒷 정리를 해야지 얌체같이 알맹이만 챙기는 그 양심이 미워서 그날은 나무주변은 버려두고 집 인근만 쓸고 말았다. 그리고 집에 들어서는 순간 등 뒤에서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붇는 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 보았다. 동네 담당 미화원이 은행만 따고 이게 뭐냐고 항의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자신이 오해를 해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받은 적도 있었다.

 

처음 얼마 동안은 오물들을 고의로 담아 던저두고 가는 사례가 허다 하였지만 십년이 넘도록 하는 성의를 알아주듯, 지금은 그런 일이 거의 없어진 것을 퍽이나 다행스럽게 생각 한다.

얼마전 무심코 그냥 대출 카드로 알고 줍다보니 세상에 이런 일이 하고 깜짝 놀란 사건이 일어났다. 다름 아닌 야릇한 음란물 사진을 카트화하여 무더기로 뿌려 논 것이 아닌가. 코앞에 초등하교와 중학교가 있어 등굣길에 손주 같은 고사리 손들이 이런 것들을 주어서 보면 어쩌나 하고 빠르게 치운 적이 있다.

그 뿐 아니라 자가용을 갖인 사람들이 인도를 자신들에 주차장 쯤으로 불법 주차를 하는 그 뱃장이 나를 비롯한 통행자에게 큰 불편을 주고 있다.

곰곰히 따지고 보면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사회, 내가 어질러 놓아도 누군가가 치워준다는 사고가 팽배한 세상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오죽햇으면 겨울철 자기집 앞에 눈을 치우지 않으면 범칙금을 부과한다는 지방 조례가 제정되었겠는 가,!

그래서 나는 법보다 공공질서를 지키는 정신,

곧 담배 공초 하나를 지정된 곳에

그리고 불법주차 같은 일을 자제하며 질서를 지키는 일이 먼저 선행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여 본다.

 

 

2010년 6월 25일 금요일 맑다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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