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작은 발자취

눈이 많이 내리는 날,

간밤에 눈이 내렸다

나는 일찍 내려가 인도를 쓸었다.

빗자루로 쓸어도 자꾸만 쌓이는 눈, 

내 어께와 머리를 덥는다. 모자를 벗어 털어도

나에 몸으로 달라만 붇는다.

눈들이 나를 좋아하여 그런 듯, 나도 좋았다.

창으로 보이는 가로수의 눈 꽃을 그림처럼 걸고

아름다운 겨울,

우리는 따뜻한 조반상을 맛있게 들었다.

그리고 산뜻한 하루의 아침을 이렇게 열면서

나는

가슴속에 훈훈한 행복을 가득히 채운다.

 

겨울 눈길이 미끄러워 조심스럽게 걷는다.

지하철을 타고 디지털 카메라 현상소를 찾았다

지난주일 아내의 은퇴식에 찍은 사진들을 현상소에

맡기고 우체국으로 갔다.

충장로에 있던 중앙 우체국이 이 곳 대인동의 새 건물을

짖고 이사를 왔는데 오늘 처음 와 본다.

깨끗하고 새련된 민원실이 우아하여 좋다.

안양에 김승기님이 연하엽서를 보내주셔서 답장을 하려

문의를 하였으나 벌써 매진이 되어버렸 단다.

나는 나의 부족한 성의를 꾸짖으며 그냥 언제나처럼

붓펜을 사서 직접 써 보내드리자,고 돌아 섰다.

어제 아들이 아버지 차비라고 호주머니에 너준 봉투로

오늘은 아내와 점심을 먹었다.

나는 아내를 집으로 보내고

지난번 문병란교수님께서 사무실에 소주가 준비되었다,

아무때나 찾아 달라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오후에도 눈은 더 많이 내리고 있다.

버스를 타고 지산동으로 갔으나 사무실 문이 잠겨있다.

옆 사무실에 문의를 하였더니 자기들과 시인의 집은

별개란다.

돌아설까 했지만 그래도 하며 사무국장님게 전화를 했다.

바로 그 건물의 5층에 살고 있어 내려 오신다.

잠시 후 다른 일로 시내를 가셔야 하지만 차길이 막혀

사무실로 오시는 교수님,

나는 내심 참 잘 왔다 하며 인사를 드렸다. 

우리는 차를 마시고 잠시 후 내가 먼저 사무실 불도끄고

나가서 약주라도 나누자는 제의를 하였다.

눈이 오는날 교수님을 모시고 사무국장님과 셋이서

따뜻한 불에 구수한 오리탕으로 소주를 들며 선생님의

훌륭하신 한마디 ~가 나에겐 소중한 강의로 담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나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너무너무 보람이 되어 준 날,

저녁 어둠을 눈길로 훔뿍 젖으며 기쁨 가득한 발자욱을

세기며 돌아 온다.

 

2010년 12월 30일 목요일 눈이 많이 내리는 날,

'작은 발자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이 춥다  (0) 2011.01.03
영화관을   (0) 2011.01.02
아들과의 망년회  (0) 2010.12.30
호랑이 장가 가는 날,  (0) 2010.12.29
말이 씨앗으로,....  (0) 2010.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