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행을 떨처라
겨울 날씨는 변덕이 심한 편이란 생각을 하여 본다. 운동을 마치고 귀가 길에 목욕을 하였다. 밖에 나오니 햇볕이 따뜻하여 걸어서 오는 길은 봄날만큼이나 포근하다. 아마 뜨거운 물로 몸을 담군 탓인가 바람이 없고 별로 차가운 기온이 아니다. 내심 나에게 좋은 일이 있을 까, 하는 예감을 느끼고 있었다.
마침 복권가게를 지나치면서 은근하게 복권이나 한 장 살까, 하며 망설인다. 젊은 시절에 그 땐 주택복권을 자주 사본 기억이 난다. 한 번에 두 세장을 사서 지갑에 담아두면 발표 날까지 가슴이 설레는 것은 한 주 내내 행복감에 젖어있음은 물론 내가 살고 있는 집보다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는 짜릿하고 부질없던 시절이 있었다. 황혼 길에 내가 저런 가게를 넘본다면 남들로부터 욕이나 먹을 것이란 부끄러운 양심으로 발길을 돌린다.
이때 동네 점술 집을 지난다. 젊은 남녀가 어느 점술가의 집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때가 마침 새해의 정초인지라 사주라도 보려고 들어가는 듯싶었다. 우리 동네는 무당집이 세집 건너 한 집이 있을 정도로 흔하다. 엊그제 매스컴에 경제가 어려운 요즘 생활고로 점술 집에 사람 들이 몰린다는 보도를 본 일이 있다.
내가 만난 저 사람들 역시 그런 답답한 사연이 있는 것이라는 추측을 하면서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도 잡는 심사란 속담을 생각하였다. 취업이 어렵고 공채고시라도 치르자면 경쟁률이 바늘구멍보다 적다는 현실에 이런 미신적 요행의 힘이라도 의지하려는 사람들이 더러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요즘 동네마다 점술집이 많아서 손님으로 들어가는 것에 별 관심도 없었다. 이 싯점 나는 어느 책에서 본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다. " 얼굴에 커다란 점이 있는 여인이 스승을 찾아가 자신의 점 때문에 고민을 한다면서 이게 복 점인가, 화점인가를 문의 하였다고 한다. 그러자 스승께선 당신의 점은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살면 복점이고 나쁜 짓을 많이 하면 화점이 될 것이라는 설명은 물론 본래 복점과 화점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고 일러 주었다"는 내용이다.
우리들 사회는 지금 청년 실업률이 높고 비정규직의 처우 문제가 매우 열악한 현실이다. 대학을 졸업하여도 일자리가 없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 비정한 문제점을 정부가 조속히 해결을 하여야 하는 것이 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바로 눈앞에 이 젊은 사람들이 이런 세대라는 점에서 우리들 자식이거나 형제 같은 심정이 더 가슴을 아프게 하여 준다.
정치마저 정권말기를 맞아 공직사회를 비롯 곳곳에 부정부패가 만연되어 있고 사회적 불신이란 신용도 마저 실추해 버린 것을 통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편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지배하는 왕기업들로 그 횡포는 어려운 사람들만 고통을 당하고 따라서 사회적 양극화 현상을 더 부추기고 있다. 그래서 젊은 층이 점술가를 찾는 심정에 이해를 할만 하다고 발길을 돌린다.
증권사를 지나다 동네에서 증권맨으로 이름난 그 아저씨를 만난다. 언제나처럼 담배를 물고 심각한 표정으로 나오고 있었다. 흑룡의 해라는데 용꿈이라도 꾸었을까, 집도 넘어가고 빈털털이라는 소문은 나도 듣고 있지만 잘 모르는 일이다. 늘 차림세나 표정이 어둡게만 보이는 것으로 보면 증권으로 재미를 보는 것은 아니라는 인상이 뚜렸하다. 교직에서 조기 퇴직을 하고 퇴직금으로 증권을 하여 모두 날렸다,는 동네사람들 말이 빈 소문은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나는 "요행이란
우리는 평생직장을 살면서 별을 보고 출근을 하여 별을 보고 퇴근을 하엿다. 그래서 가정을 이루고 퇴직금으로 자식들 뒤바라지도 하였다. 그러나 사회는 퇴직자들의 목돈을 노리는 검은손에 놀아나다 알거지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 중에 증권으로 망한 동료들도 있었다.
그런 점에 나도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이제라도 깨끗이 털자는 다짐을 하는 발걸음이 되엇다.
2012년 1월 3일 화요일 맑고 흐리고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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