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창을 열다 그만 "아~ 밤새 눈이 쌓였네,"
나의 작은 감탄사가 흘러 나온다.
매일 집 앞길( 도로가 인도 )을 쓰는 일을 하고 있지만
눈이 오면 빗자루를 들고 치우는 일이 즐겁기만 하다.
세상의 더러운 오물들을 눈속에 묻쳐 하얀 눈만 쓸고 있
는 맑은 느낌인지도 모르겠다.
일찍부터 먼저 지나간 발자욱은 비질이 어렵지만 열심히
쓴다. 오늘은 비질을 하기엔 눈이 두껍게 쌓여서 두 번의
비질을 한다. 얼마를 치우다 보니 입김이 뜨겁고 등짝이
훈훈하였다.
이런 날에는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날이면 좋겠다
하는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눈이 오면 가끔씩 훌적 떠나
보곤 한다. 가방에 책과 카셑 그리고 달콤한 과일 같은 것
도 챙겨서 혼자가 아니면 다정한 사람과 동행을 하기도
한다.
12월엔 눈옷을 입은 기차를 타고 벌써 목포를 두 번이나
다녀 왔지만 오늘도 울컥 가고 싶은 충동이 꿀 맛처럼 내
마음이 보체고 있었다.
좋은 일도 자주 반복이 되면 감동이 말라지리라는 염려를
해 보면서 자중을 한다. 눈을 치우는 이 정겨움에 작지만
배가 부르다는 만족을 하여 둔다.
아침을 먹고 시내까지 눈길을 밟으며 세무서야 도서관을
실컷 굴러 보았다. 어쩌면 우리들 어린 날 눈 밭에 미끄럼
타기의 어릿광이 되어 본 듯 그만큼의 기쁨이 었다. 고
여겨진다.
나의 생활이라는 밥줄도 소중하리니,...
아내는 옥상의 장독에서 눈을 치우고 간장을 퍼가지고 온다.
큰 팩병에 담아 비닐봉지로 잘 포장을 한다. 나는 헌 박스에
담아서 태푸로 야무지게 포장을 하였다. 4시경 택배트럭의
천장에 눈을 이고 와서 눈속에 그 장을 싣고 서울 두 딸네집
으로 떠난다.
검정색 장속에 하얀 눈송이를 가득가득 체워서 어머니의 그
정성이 밤새 잠을 설치며 고속도로를 달려 가는 사랑,
우리집 가문에 지극한 가족의 이 열정은 거의 50층을 세우고
있다.
이 밤에도 그 창마다 자식 손자 손녀들이 밝고 환한 웃음들이
고운 꽃망울로 나의 얼굴에 방울방울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눈이 내린 날 밤에 쓰는 나의 작은 발자취,...
2012년 1월 4일 수요일 눈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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