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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발자취

명태를 말리며

 

명태를 말리며

 

지난 연말에 꽁꽁 얼어붙은 명태 한 상자를 들여다 배를 가르고 노끈으로 엮어서 옥상에 말리고 있다. 그 동안 눈을 맞고 비가 오는 날엔 비닐로 덮어주기도 하였다. 그렇게 얼거나 젖어서 햇볕 나는 날 꼬독꼬독하게 말라가고 있다.

이젠 밖에서 더 젖으면 안 된다며 걷어서 실내의 공간에 옮겨 메달아 둔다. 시장에서 말린 명태를 사서 먹어도 되겠지만 우리들 손으로 이런 품을 들여 먹는 것도 알뜰한 맛이 난다. 그래서 해마다 겨울철 추운 날 손이 얼고 비린내를 맡는 때가 엊그제 같은데 2주가 지난다. 옥상에서 작업을 하며 아내의 손이 시리고 언 탓인가 그만 식칼을 하수구에 빠트리고 말았다.

오늘은 이 마른 고기들을 보면서 명태에 대한 궁금증을 알아본다. 명태란 살지고 맛이 좋아서 붙은 이름이며 명천의 명과 태 씨의 태를 명태라 불렸고 눈을 못 보는 사람들이 그 간을 먹으면 눈이 밝아지기도 한단다. 도한 봄에 잡히는 춘태, 끝물에 잡힌 막물태, 음력 4월에 잡힌 사태, 오월에 잡힌 오태, 가을에 잡힌 추태, 명태를 건조시켜 말린 북어, 배 갈려 마른 짝태, 겨울철 찬바람에 얼고 녹기를 반복해 마른 것은 황태 라 부르고 이외에도 새끼는 노가리 코다리라는 명칭등이 있다. 는 기록이 있다.

특히나 명태는 고단백 저칼로리 저지방이라서 음주에 쓰린 속을 달래주는 해장국으로도 애용을 한다. 우리가 어린 시절엔 어른들의 숙취를 풀어내는 것을 보았고 마른 명태는 방망이로 때려 살을 찢어 술안주로 드시던 일들이며 아버지가 시장에 다녀오실 땐 싸리나무로 꿰인 줄 명태를 사오시고 눈을 빼서 먹기도 하엿다. 이렇게 명태는 우리들 조상대대로 영양가있는 식생활과 깊은 관계로 쓰여진 것이리라. 지금도 그렇게 먹고 있다. 지난 80년대까지만 하여도 동네 구멍가게에는 마른 명태가 있어 제사상에 오르고 특히 산신제나 차를 새로 사면 고사를 지내거나 사고난 지역에서 혼을 달래는 무당굿에는 의례 이 마른 명태가 꼭 끼어 있었다. 어느 선배는 차를 사고 고사에 쓰인 마른 명태와 실타래를 함께 트렁크에 싣고 다니는 것을 본 일도 있다.

 어디 그 뿐이랴, 양명문 시인의 명태는 우리가곡으로 까지 불리고 있다.

내용 일부를 들어 보면 / 내 사랑하는 짝들과 / 꼬리치며 밀려다니다가 / 어떤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좋다는 원산구경이나 / 한 후 /~중략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 밤늦게 시를 쓰다가 / 소주를 마실때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짝짝 찌저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 내 이름만 남아있으리라 / 가곡 명태의 일부, 다. 참 감동의 시를 감상하기도 하였다.

 안타까운 일로는 요즘 우리나라 근해에선 명태가 잡히질 않기 때문에 원양어선이 먼 바다에서 잡아 온 다고 한다. 옛날에는 우리나라 근해에서도 많이 잡혔고 그 시절 오래 저장을 하는 수단으로 이렇게 말려서 먹는 비법이 개발된 것이라하는 추리도 하여 본다.

 내가 어린 날 아버지 심부름으로 가게에 가서 명태랑 북어랑 사려 왔다고 하면 아주머니가 웃으시며 두 마리를 주셨는데 집에 오면서 살펴보아도 북어나 명태의 생김세가 똑 같아 되돌아가서 묻고 온 적도 있었다,

이렇게 명태라는 생선의 유래에 놀랄 만큼의 소중한 조상들의 지혜는 물론 가치를 익히는 계기가 되었다.

 아내는 이러한 명태의 전통적 경험을 어머니로부터 전수를 받은 것인가, 정성을 들여 손수 이런 보약같은 명태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좀 지나면 자식들 집에 몇 마리씩을 쌓서 보내 주고 건강식을 돕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밥상에 오를 것이다. 이 작은 일들이 한 세대 와 그 다음 세대에도 더 알뜰한 가문의 나눔에 전통을 이어 가는 나의 소망에 기도가 되고 있다.

 

 

 

   

2012년 1월 8일 일요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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