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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발자취

문학 학습 기행문

기행문

 

오늘은 문학반 현장학습회란 이름으로 안성에 있는

조병화시인의 생가를 방문하고 안성 문학관의 박두진시인

기념관을 차례로 견학하였다.

회원 십여 명이 9시 정각에 집결하여 리무진 관광버스

편으로 출발하여 3시간 반을 달리면서 나는 창밖에 농사철

풍경이거나 초여름 자연을 즐기는 여행의 향기에 젖었다.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산에 아카시아 꽃들이 흔하게 피었

더니,.

오늘은 짙은 녹음 바탕에 하얀 밤꽃들이 만개하여 그 파란

광체로 산야는 파도치고 있었다.

나는 언제부턴가 밤꽃을 보면 빈정거리며

"에그 저 못 난이"라고 웃어 대기도 하였다.

생김세도 게으름쟁이의 거친 머리에 어쩜 버러지처럼

볼품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을엔 토실토실 굵은 밤알을 토해 낼 땐 밤꽃에게

여간 미안한 생각도 들고 개천에 용이 난다는 속담을 연상

하여 신기한 마음으로 반기곤 한다.

멀리서 바라보는 밤꽃이 이런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

다른 꽃들은 지금쯤 열매를 잉태중이라고 세상 사람들은

좀 조용하라, 며 "쉿" 하는 경고인 양, 잔바람에 나무들이

하늘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달리는 고속도로변의 담장에는 군데군데 빨간 장미

넝쿨들이 질세라 사랑노래를 부르며 나의 시선을 유혹하기도

하였다.

들에는 이제 모내기가 한 참 인가, 하면 위쪽(충남 이북)으로

갈수록 뿌리를 깊이 내린 벼 폭들이 제법 살을 찌우고 있었다.

그 논 뺌이엔 옛날처럼 하얀 황새들이 긴 다리로 서서 입부리를

콕콕 물에 박으며 농약에 없어 졌다는 우렁이나 올챙이를 잡는

모습으로 그렇게 정겹기만 하여 좋았다.

한편 더위가 한창인대도 호남고속철 현장에는 쭉쭉 뻗어가는

공사현장에 진땀을 흘리는 광경을 보면서 우리지역 발전에도

기대감을 걸어 보는 한가로움이 스쳐 간다.

우리는 집행부가 마련한 맛있는 간식을 즐기며 회원들 간의

시 낭송이며 옆자리간 대화 속에 점심을 들고 조병화 시인의

문학관을 들렀다. 그리고 경내를 둘러보고 다시 박두진 시인의

문학관까지 달려가 이렇게 두 시인의 문학관을 짧은 시간에

둘러보았다.

이제 집으로 돌아오는 차창 너머로 조병화 시인의

"꿈의 귀향"이란 시 한편을 떠올려 본다.

"어머님 심부름으로 이 세상 나왔다가 이제 어머님 심부름

다 마치고 어머님께 돌아왔습니다."

그 짧은 글로 세상을 살다가 가는 인생길의 사명 하나를

마치고 왔노라 는 간결한 자신의 비문,...

나는 숙연한 마음으로 우리 어머님이 나에게 주신 사명은

무엇인가.? 한 번 곰곰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그리고 박두진 시인의 문학관에서는 정지용시인의 추천으로

등단을 하여 청록파로 활약을 하신 시인이다.

박두진시인은 생전에 자신의 시에 대한 범주를 자연, 인간,

신이라고 밝혔다는 소개를 들었다.

박 시인은 일제 강정 기에 침울한 민족의 현실을 보고 겪었

으며 60년대 이후 민주주의에 대한 학자적 양심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한 시인이라고 배우기도 하였다.

오늘은 교실에서 두 시간을 교수님으로 부터 공부를 하는

날이지만 이렇게 현장 학습이란 이름으로 거장의 훌륭하신

시인들을 만나고 온 발품의 하루라는 점,

"고향은 사람을 낳고 사람은 고향을 빛낸다"는 조병화시인의

글처럼 우리 빛고을에도 훌륭하신 문학가들의 기념관들이

많이 있는데 가까운 곳부터 자주 찾아가서 더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여 본다.

그리고 오늘 가는 곳마다 자료를 가방에 가득 담았다.

또한 오가는 차중에서 몇 권의 책을 쓸 만큼의 느끼고 깨우친

자료들을 다 모아서 좋은 글로 써야 하겠지만 머릿속에

뱅뱅 돌기만 할 뿐,

모두 숨겨져 떠오르질 않고 있어 나의 자질이란 이것 밖에

안 되는 구나하는 자책감으로 아쉽기만 하다.

또한 우리 고장에도 언젠가 서은 문병란 시인의 문학관이 탄생

하고 세상 방방곡곡에서 몰려오는 문학도들에게 아름답고 진실한

시 정신을 선양하는 사업이 이룩되기를 바라는 꿈을 그려보면서

나의 작은 손, 발의 품을 들이고 기둥과 지붕에 석가레이거나

꽃밭에 돌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하나도 간직하여 보았다.

오늘 이 여행길, 얼마나 큰 보람이고 또 감사한 길인가.!

돌아보며 이런 졸필 하나를 남겨본다.

  

2012년 6월 7일 목요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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