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13년 10월 3일 개천절이다.
단군 할아버지께서 우리나라를 세우신 날을 기념하는 개천절이다 우리의 조국은 개국
4345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달력장엔 단기 력이 없다. 나의 청년기까지 단기력을 보아 왔다.
지금은 서기력을 쓰고 있다. 아침 나는 태극기를 걸었다. 밖에 나와서 옥상에 태극기를 올려다
보았다.
높이 게양된 태극기는 청마 유치환 시인의 깃발인 첫 줄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의 의미로
펄럭이고 있었다. 나는 단군할아버지의 몇 대손이나 되는지? 궁금하다. 하기야 우리 종친회의
계보도 잘 모르는 데 그걸 알아 무엇 하랴,
그냥 단군의 후손임을 믿고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남을 감사
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개천절은 국경일이라. 복지관도 쉬는 오전은 집에서 컴퓨터를 하였다. 옆지기는 모임이 있다
고 냉장고에 반찬 챙겨 점심을 들라는 명령인가? 당부인가? 한마다 던지고 훌쩍 나간다. 허물
도 아니고 염치도 아닌 우리들 생활 방식으로 익숙하여진 현 주소라며 "알았어" 답을 해 준다.
정오가 넘었다. 나는 점심 준비를 한다. 냉장고 유리그릇에 담겨진 알뜰한 찬들을 꺼냈다.
우리 조국의 경사스런 창건기념 오찬식을 혼자라도 훌륭하게 장식하자,며 비록 소는 못 잡아도
좋은 고기를 올려야 한다.고 여기저기를 살폈다. 몇 일전 사온 고기 토막 하나가 눈에 잡힌다.
냉동고의 땡땡 언 고기를 접시에 담아 베란다에 30분 정도를 내 두어도 녹질 않는다.
이 고기를 전자랜지로 1분 30초 돌려 보았다. 고기는 물과 핏기를 남기고 있다. 녹은 고기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게 좀은 미안하기도 하였다. 화로의 불을 켜고 프라이팬에 찬 기름 붓는다.
잠시 후엔 고기가 바글바글 잘 익는다. 야~ 이럴 땐 반주도 필요하지! 하며 시원한 약주 병을
낸다.
된장에 오이고추를 찍어 아삭아삭 씹는 입속엔 메운 맛이 가득하여 술잔을 더 당긴다.
두 잔들고 토란국에 공기밥을 든다. 홀로 밥상에 참 오진 재미가 나를 취하게 했디. 그래서
나는자칭 일류 요리사라고 자찬을 하고 말았다.
그것도 모잘라 이태백의 흉내랍시고 "새벽닭울때나가일하고달비친개울에호미씻고돌아오는그맛을
자네아능가”어느 서예 전 글귀를 흥얼거린다. 그래 황혼 길에 홀로 끼니도 챙겨 먹으니 이제
철이 드는 나를 향해 이 맛을 넌 아능가? 하는 자문자답의 깨우침을 느껴 보는 자리가 되었다.
한편 평생을 아내가 차려주는 밥상에 내가 무슨 권위의 상전인 양, 고마운 정보다 음식 마다
짜다 맵다 맛이 없다, 는등, 트집만 잡아 온 못난이 아니던 가. 나 자신의 위치를 알지 못하고
살아 온 세월이 부끄럽기만 하였다. 오늘처럼 혼자 좋은 고기에 술잔이나 기울이는 욕심쟁이요
이기주의자라며 허공에 웃음을 날려 보기도 한다.
어느 금실이 좋은 노부부는 식빵을 나누면서 남편은 가운데 도막을 먹고 아내는 양 겉 쪽만
먹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늘그막에 남편을 향해 평생 당신은 가운데 도막을 먹었으니 이젠
나도 그걸 먹고 싶다는 항의를 하였단다. 서로 자신의 양보만 옳았다고 생각한 것이 그게
아니었다는 유머를 떠올린다. 나는 그와는 아주 상반된 내 욕심만 강요한 죄인이란 반성을
털기도 하였다.
순간 내 머릿속엔 언젠가 누군가가 홀로 살 것이란 불안감이 뒤통수를 치고 있었다.
"있을 때는 몰랐어./항상 곁에 있을 줄로만 알았지/막상 떠나고 없으니/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어/가슴 아픈 것이야 말할 것도 없고 /살아도 산 것 같지가 않아 /불편하기 짝이 없고/
그림자라도 좋아 곁에만 있으면 좋겠어/ 업고라도 다니겠어/춤이라도 추겠어/진심이야."
얼마전 글 공부를 함께 한 회원님의 "아내의 빈자리"란 시구다. 독백처럼 낭송하며 나는 눈
가에 물기를 적셨다.
홀로 밥상에 웃으며 울면서 보낸 시간 겨우 1시간 남짓 된 듯싶다. 그런 가운데 후식으로
커피도 한잔 을 끓인다. 차맛도 일품이다. 국경일로 맞는 개천절이 좋은 하루 였노라 돌아
보면서 저녁상엔 오찬 보다 더 멋진 우리 두 사람의 오붓한 자리를 마련하여 서녘의 황혼을
더 아름답게 바라 볼 그 시간을 기다려 본다.
2013년10월 3일 목요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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