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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발자취

집 앞길을 치우며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집앞 인도를 청소하는 일로 하루를 연다.

정년을 하고 집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을 찾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직장에서 가끔씩 길거리 청소를 하는 날 외에는 이런 청소를 

한 적이 거의 없었다.

누구나 내 집 앞을 치우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직장에 메어 있을 때는

게을러서 못 한 것이고 우리는 주로 골목 안에 많이 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은 우리가 도로변 조그만 상가 건물에 살고 있다.

그래서 행인들이 무심코 버린 담배공초나 휴지등를 치우면서 인도주변에

자라는  잡초를 매주는 일을 매일 반복하여 습관처럼 하고 있다.

때로는 안 골목에서 개를 밖으로 보내면 길에다 똥을 싸기도 하고 밤사이

한 편에 인분이거나 취객이 토해낸 흉물스런 것들도  널려져 있다.

하지만 미화원은 이런 것을 못 본채 그냥 지나치는 듯싶다.

아마도 아쉬운 사람이 치우라는 것인 양, 그래서 불쾌하지만 별수 없이

치워주고 있다.

그럴 땐 비위가 상하는 것을 참으며 연탄재나 흙을 덮고 치우고 다시 물로

씻어 내기도 한다.

이른 아침 생선이나 청과물 차량이 스피카로 외처대면 동네 아낙들이 나와

잠시 시장을 이루기도 하고 바쁜 걸음으로 일터나 학교 가는 활기찬 모습

들을 바라보면 나도 따라서 빗자루를 든 어깨에 힘이 솟구치곤 한다.

얼마 전 항상 널려진 홍보물로 알고 줍다가 놀라운 사건이 일어났다.

다름 아닌 음란물 사진광고를 무더기로 뿌려 논 것이 아닌가. 코앞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어 등교길에 손자 같은 고사리 손들이 이런 것들을

주어서 보면 어쩌나 하고 빠르게 치운 적도 있었다.

나는 청소 일에 더하여 우리가 사는 달동네의 골목길을 돌며 전주와 담장에

설치된 보안등을 꺼주는 일도 시작을 하여 보았다.

옛날의 밤길을 가자면 손전등을 준비하여 다니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얼마나 좋아진 세상인데 그런 고마움을 모르고 대낮에도 보안등이 훤하게

켜진 채 방치하는 경우를 보았다.

하루 20개소 정도를 꺼주던 어느 날 길에서 연로하신 분을 만나 좋은 일을

한다며 칭찬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자기네 옆집은 대문 안쪽에 스위치가

설치되어 저녁엔 늦게 켜고 아침엔 끄지도 않아 불편하다는 호소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메모를 해 두었다가 에너지의 낭비적 요인과 이웃간 편의를 위하여

동사무소에 건의하여 시정을 한 적도 있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하여도 가로수 밑에 오물들을  던져두는 일도 매일 

이렇게 치우다 보니 점차 깨끗하여 다행스럽게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자가용들이 인도를 주차장쯤으로 아는 지 아무렇게나 주차를 하고

차에 빈병이나 오물을 버리는 사람이 있어 통행인들에게 불편을 주는

사례도 많다.

곰곰이 따지고 보면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사회, 내가 어질러 놓아도

누군가가  치워준다는 사고가 걱정스럽기도 하다.

나는 어느 날 다른 동네에서 마주치는 "이 곳에 양심을 버리지 마십시오,"란

경고문을 떠올려 보았다.

자신의 양심을 이렇게 하찮은 쓰레기에 거는 사람도 있다는 점, 

질서의식이 없고 당연히 규격봉투를 이용하여 버려야 하지만 누가 보지

않는 틈에 각종 오물이거나 음식물 등을 함부로 버리는 행위는 양심을

버리는 사람이란 것을 깨우쳐 본다.

그래서 나도 세상을 살아가면서 불필요한 언행을 여과 없이 함부로

구사하여 이웃과 친지들에게 크고 작은 피해를 주는 일은 없었던 지,

그런 일로 나 자신도 인간쓰레기 같은 흉물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가를

돌아보면서 먼저 내 마음을 청결하게 하는 소망으로 아침 길거리를

정리하고 있다.

 

 

전에 쓴 들 중에 다시 읽어 보면서 정리를 하여 하루 일기겸 남겨 본다.

2010년 11월 21일 일요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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