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전우 운영위원회가 모이는 날이다.
전직 동우회로 광주,전남의 회원이 400여명이고
총회에서 추천된 25명의 운영위원이 격월로 모이고 있다.
사무실에서 회의를 개최하고 오찬은 망년회겸 외각의
횟집으로 예약되어 그 식당에서 보내 온 셔틀버스로 이동
을 하였다.
한 해의 년말을 맞아 회원들의 옆자리간에 오가는 대화가
정겨운 분위기로 웃음꽃이 활짝피어 보기에 참 좋았다.
우리들은 약주로 일배이배 오가는 횟수가 차고 넘처 자리
는 떠들석하기만 하였다.
나는 좌중을 둘러보며 전에 약주를 잘 하던 분들이 오늘
따라 술잔을 사양하거나 조금씩만 들고 있는 점에 시선을
집중하여 본다. 왜? 어데가 불편한가 물으면 아니라고만
한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건강을 생각하여 절주를 하는
경우도 잇을 것이다.
오후 5시까지는 만껏 놀다 가자하던 집행부 공지를 어기며
식사만 들고 자리를 떠나는 분이 있다.
나는 가끔씩 옛날의 우리 아버지 시절에 친구분이 집에
오시면 어머니는 술상을 차리고 어린 나는 주전자를 들고
가게로 가서 술을 받아 온 기억으로 나도 나이가 들면서
이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어제 회원중에 가까운 사이로 지내는 분들에게
연말에 식사자리로 초청을 하였지만 사양들을 하고 만다.
선약이 있거나 부담감으로 그렇게 넘겨 버리고 말았다.
옛날에야 친구지간에 약주를 든다거나 그리움에 만나려면
집으로 찾아가서 만나고 술잔도 들었지만 요즘에야 회식을
위한 먹거리 환경이 좋아저서 식당을 이용하면 된다.
더구나 통신,교통수단이 좋아저서 친구가 보고 싶으면
쉬울 듯 싶지만 그런 일이 더 어렵고 힘든 세상이 되고
말았다.
오후엔 문에강좌가 있어 약주를 피하고 시간이 되어
금호평생교육관으로 갔다.
금년 2기는 이렇게 마감을 하고 문교수님의 수강생들
에게 좋은 종강사를 남겨주셨다.
시나 글을 쓰는 일은 정년도 없고 그 성취의정도도
정해지지 않는다. 문예지가 많아서 등단은 쉬어 젔으나
좋은 작품을 써서 그 경쟁에 살아 남기는 결코 쉽지 않다.
글다운 글은 그 만큼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등,
말씀을 듣고 나는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하였다.
그리고 겨울 방학기는 책도 많이 읽고 창작 연구를 하는
값진 기간이 되라 하신다.
내년도는 서은 문학회를 통하여 배움터를 마련 하신다.
고 한다.
나는 엊그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읽는 소리중에 좋은
대목에 믿줄을 치고 여기에 옮겨 두었다.
눈 뜬 장님,
눈은 사물을 바로 보려고 달려 있다. 그런데 우리의 눈은
번드르한 겉모습에 현혹되어 제 속을 다 내준다. 두 눈을
둥그렇게 뜨고 말짱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다.
좋은 물건을 보면 분수를 가리지 않고 욕심을 부린다.
가야 할 길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꼭 길이 아닌 데로만
가서 파멸을 자초한다.
두 눈의 잘못은 마음의 눈으로만 바로 잡을 수가 있다.
20년간 장님으로 살았느데 길을 가다 갑자기 두 눈이
보인다.
너무 기쁜 나머지 집으로 가려 하니, 대문이 똑같고 골목도
복잡해서 제 집을 찾을 수가 없다. 오도가도 못 하고 길에서
울고 있다.
육체의 눈이 열리는 순간 마음의 눈이 닫혀버렷기 때문이다.
기쁨이 작용하여 망상을 일으킨 까닭이다.
도로 눈을 감으라는 말은 마음의 눈으로 보라는 뜻이다.
나는 혹시 길에서 울고 있는 눈 뜬 장님이 아닐까,?
2010년 12월 23일 목요일 맑음
'작은 발자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내에게 쓰는 편지, (0) | 2010.12.26 |
---|---|
행복한 우리집, (0) | 2010.12.25 |
보성길 새 도로를 (0) | 2010.12.23 |
놀란 가슴으로 (0) | 2010.12.22 |
자손대대로 잘 사는 나라 (0) | 2010.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