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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발자취

나눔의 틈새,

우리집 3층 계단의 한 켠엔 항아리 하나가 가을이면

이 곳에 저 혼자서 외롭게 앉아 있다. 검고 투박하지만

윤기가 서리는 항아리다. 김장철이면 무 와 소금에

양념으로 물을 채워 싱건지를 담아 두는 것이다.

우리들 어린날 장독에서 퍼온 싱건지가 추위에 얼음이

담겨지고 밥상위에서 미끄럼을 타던 기억이 나기도 한다.

아버지와 이런 맛을 길들여서 나는 싱건지를 좋아 한다.

그래서 우리집은 철따라 싱건지를 만들어 먹지만 그 중에

이 겨울 싱건지를 제일 으뜸으로 치고 있다.

아내는 이 항아리에서 한 주 정도 먹을 만큼 그릇에 담아

냉장고에 옮겨두고 꺼내 먹는다.

그 뿐아니라 자식들 집에도 조금씩 담아 며느리 오는 편에,

먼 곳 딸 네집은 택배로 보내주기도 한다.

이 고마운 맛도 날이 풀리면 짠 맛이 들기 시작하게 된다.

지난주 아내는 이 항아리를 비우고 옥상으로 옮기는 것 을

내가 거둘러 주었다.

깨끗한 물에 소금과 메주를 넣고 간장을 담군다.

이렇게 담군 간장은 단오절 전후에 솟을 걸고 불을 집혀 

새로 담근 장을 다린다.

묵은 장 항아리에는 새로 만든 장을 해 마다 채워 두는 것,

그래서 이 투박하고 해묵은 항아리가 우리들 삶에 절기를

안내하는 나침반이 되어준다.

그리고 자식, 친척들 집에 맛과 정을 나누는 보물 항아리로

자랑을 하기도 한다.

몇 일전 냉장고에 남은 묵은 김치를 자식들 집에 나눈다.

비닐에 담고 사과박스에 포장을 하여 택배로 보내면서

쓰고 버릴 팩 병엔 간장과 찬기름, 꽤 볶음들을 고루 담아

넣어주는 아내의 손길을 지켜보았다.

나는 늦 동이로 태어나 부모님께서 일찍 돌아가셨기에

결혼생활을 하며 이런 부모님 덕을 모르고 살았다.

하지만 우리는 맞벌이 가정으로 장모님께서 자식들 길러

주시고 40년 가까이 함께 살며 장모님의 큰 은혜를 입고

살았다.

그래서 아내는 지금 장모님의 가르침으로 살림을 배워서

아주 알뜰하게 잘 해주고 있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자식들 보다 지 어머니의 이런 자상하고 알뜰한 심성에

내가 더 감사하는 마음이다.

대계大系는 이런 모정이 당연한 것이지만 자식들이 스스로

무엇이나 하도록 하는 것을 지적하여도 아내의 정성은

그게 아닌 듯 싶다.

아직은 육신이 성성하고 이런 정성을 심어주며 배우도록

이런저런 방법도 자주 전 해주고 잇다.

이렇게 작은 일로 부모 자식간에 정을 심고 가꾸는 우리들,

애비된 나 역시 이런 나눔에 늘 감사하고  보람을 심는다.

오늘도 내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거래처관계로 맺은 인연에

친구분, 

도곡에 살고 있는 최 사장님을 만나고 온다.

직장에서 30년을 넘게 그리고 퇴직 후 10년이 넘게 이런

사이로 매월 한 번씩 만나 자리를 한다.

명절이면 서로가 귀한 마음에 선물을 담아서 나누기도

한다. 요즘은 도심을 떠나 조용한 시골에 살기에 내가 찾아

소중한 정을 심는 사이다.

우리는 주로 아늑하고 경관이 좋은 먹거리집을 찾는다.

오늘도 화순에 있는 흙 염소집을 가서 오찬을 나누며

살아가는 이야기들로 좋은 자리를 하였다.

4월엔 군대생활의 추억찾기 기차여행을 갖자는 약속을

하고 돌아 왔다.

그리고 빛고을 풍물시간을 출석하고 언제나처럼 우리

선생님께 차 한잔의고마운 대접을 드린다.

노래도 불러주고 우리들의 틀리는 장단에도 곱게 웃어

주시며 그렇게 밝은 선생님,

노인 학생들 지도하느라 힘도 들겟지만, 어머님 아버님,

하시며 얌전하게 타일러 체찍을 내려주시는 고운 우리

선생님,!

월,수요일 이 풍물시간은 참 흥겹고 신명을 쏟아내는

한 마당 수련장이 되어 준다.

언제나 개량 한복에 머리를 뒤로 따셔서 아가씨 같은 분,

어쩌면 우리의 고유에 멋을 만껏 심어주시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나눔의 틈새"를 비집고 통로를 열어

가는 나의 고집스런 열정이고 싶다,...

오늘의 나에 작은 발자취로 남겨 본다.  

 

 

2011년 2월 23일 수요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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