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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발자취

장을 다리며,

월요일은 아침부터 마음이 부산하기만 하다.

어제 일기는 글 한 편으로 남기려 정리하다가 아직도

미완성이다.

집안 일에 점심시간을 깜박 넘기고 허둥지둥 서둘러

빛고을타운엘 간다. 풍물시간전 매점에서 컵 라면을

번갯불에 콩 튀기 듯 먹고 풍물수강을 받았다.

나는 목욕탕에서 몸과 마음을 닦는 다.

귀가길에 시내버스에서 열국지를 마저 보고 온다.

눈이 아프다.

오늘은 비가 온다는 예보라 어제 오후엔 옥상에서

아내와 장을 다렸다.

우리는 아파트 살림이 아니어서 해마다 이렇게 장을

담아 먹는 일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여본다.

겨울에 담궈둔 새 간장은 잘 숙성이 되었다고 한다.

페인트 깡통을 망치로 구멍을 뚫고 만든 화덕에

불을 집힌다.

집수리에 폐목을 미리 마련하고 마른 나무들이 훨훨

불곷을 피운다.

봄 바람이 샘을 하듯 불어와 불길이 뒷 구멍으로

새어 나간다.

그래서 오랜 시간이 걸려서 겨우 한 솟단지가 끓는다.

잘 걸러진 장을 다시 묵은 장 항아리에 채워둔다.

묵은장은 검고 진하게 보인다.

일년내내 자식들 집에 퍼주고 해마다 이만큼씩

새 장을 담아서 먹고  있다.

전에는 자식들도 장을 사먹기만 하더니 저희 어머니의

장맛을 차츰 입에 맞추어 이젠 잘 먹고 있다.

전화를 할 때마다 장이나 된장 맛은 어떻냐,?

아직 떨어지진 않았느냐,? 묻는 아내의 정성이 바로

자식들 사랑의 맛으로 들리기만 한다.

저희들도 어머니의 간장 맛이 음식 맛을 좌우한다고

즐겨 찾는다.

내가 자식들 집에 가서 음식을 먹어보면 아내의 음식

맛갈과 같다는 칭찬을 하곤 한다.

돌아보면 장을 담는 정성이 보통이 아니다.

시골에 아주머니께 미리 콩 농사시절 부탁을 한다

농사가 잘 되어야 좋은 콩을 마련한다.

소금역시 청정해에서 만들어진 소금을 준비하는

열정이 있다. 

이렇게 불을 집히고 머리에 수건을 쓴 아내와 화덕

앞에 앉아 작년장 보다 구수한 내음부터 도란도란

삶의 이야기를 나누며 꽂감에 떡,우유를 함께 먹는다.

장은 더디 끓어도 소풍기분이 듯 우리는 즐겁기만

하였다.

이렇게 몇 번의 솟을 긇여 금년 장농사는 우리들 삶에

기쁨을 복 항아리에 채운다.

항아리속의 간장은 짜다,

하지만 음식에 조금식 들어가면 맛을 내는 신비의

조미료가 되어 준다.

가족과 이웃에 장을 나누는 일로  우리 마음도 숙성시켜 

情을 함께 하면 사랑이 되는 이치를 배운다. 

점심을 간단한 라면으로 때워서 시장기가 드는 저녁,

나는 아내의 손을 끓어 외식을 청한다.

지난번 모임에 간 돌섬바다에 굴비백반이 좋아 그 곳을

간다. 오붓한 저녁상에 장을 다리 던 수고를 위로하며

웃음꽃 가득 피우고 돌아 온다.

 

2011년 3월 28일 월요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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