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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발자취

어느 가을 날에

 

가을 어느 날,

                               최  이  섭


아침 집 앞에서 마주치는 가로수는 좁은 흙 밭,

보도 불럭에 침해로 한 발 만큼의 그런 땅에 뿌리를

깊이 내린 체 몸뚱이는 쭉 뻗어 하늘 높이 솟아 있다.

저 나무는 여름더위에도 잎들을 무겁게 짛고 있던 것을,

어느 덧 알록달록한 색동옷으로 갈아입고 서 있다.

4차선에 분주한 차량들이 날리고 가는 바람결에 먼저

떨군 잎사귀들이 아스팔트에 무섭게 흩날리는 모습들

이다.

웬,? 지 나의 등골에 서늘한 기분이 들었다.

그 만큼이나 이 길엔 차량들의 질주로 가금씩 개, 나

고양이들이 저들 낙엽처럼 무참히 나딩구는 광경들을

목격한 공포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오후 귀가 길엔 시립미술관 앞을 지나다가 잘 가꾸어진

정원이 나의 발길을 유인이나 한 듯, 경내로 들어선다.

미술 전시가 없는 듯 본관은 조용한 편이었다.

경비원인가, 정문에 낙엽을 대 빗자루로 쓸고 구내의

잔디밭 벤치엔 드문드문 책을 보는 사람,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나는 느티나무 밑 잔디밭에 손수건을 펴고 앉는다.

마음을 가다듬고 허공에 눈길을 준다.

호수 빛깔의 하늘엔 흰 구름 몇 점이 물위를 떠가는 듯

참 아름답기만 한 가을 하늘이다.

마른 잔디 위에는 울긋불긋 단풍 입들이 산들바람에 노닐고

있는 정겨움으로 나의 얼굴에 한 줌 미소마저 떠오른다.

날씨는 가을비라도 만들고 있는 것인가,

햇살에 화덕을 피운 그런 낮 더위가 내 상의와 넥타이를

스스럼없이 벗기고 있다. 

그리고 나는

아 ~가을 아,!

참 반갑다. 는 혼잣말 인사를 준다.

건너편엔 이제 짜박~ 발을 띄우는 아이들 대리고 나온

젊은 엄마야가 한가롭기 만하고 그 앞에 두 아이들이 넘어

지려다 다시 걷는 모습, 멀리서 보는 내가 겁나고 어찌나

귀여운지 내 빈 가슴이 마구 뛰었다.

한 편 어느 나무에선 아름다운 새소리가 들려오는가,

대 자연의 오케스트라에 악성이 환청으로 달려오고 있다.

다시 고개를 경내로 돌리는 순간,

노랗게 잘 익은 모과들이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과를 뚝 따서 짙은 향기를 마시며 이발로 뭉텅

뭉텅 비어 먹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있었다.

못 생긴 저 모과의 "유혹"에 나도 모를 실소를 먹음 는다.

모과는 다른 과일처럼 그렇게 먹질 않고 차 또는 약제로

쓰이는 게 보통이다.

내 삶을 활기와 살맛나는 터로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건강이나 지혜도 끊임없이 외부에서 끓어 모으고 닦자는

그런 부러움을 모과를 통하여 얻는 듯싶었다.

저 모과 역시 봄에 찬바람을 이기며 꽃을 피우고 여름

내내 비바람을 견디고 무서리 내리는 밤이면 영양분을

빨던 열정의 결과란 이치를 배우는 자리,

눈앞에는 또 이름 모를 새 한 쌍이 정답게 마른 씨앗

들을 조아 먹고 있다.

나는 놀란 눈으로 바라본다.

저 새들은 내가 무섭지도 않은 가.

친구같이 느긋한 표정으로 노니는 이 고운 새,

내 부족함에 좋은 조언이라도 주려 온 고마움이 든다.

나는 점잔케 너희들도 신랑 새는 신부 새를, 신부 새는

신랑 새 만,을 서로 바라보며 복 되게 살라는 위엄의

주례사인 양 흐믓한 마음을 나눈다.

어느 날 우리의 오붓한 삶을 보면 너희들도 흥부에게

박씨 하나 물어다 준 재비의 이야기처럼,

우리 함께 사랑에 풍년가를 부르자, 고,...

주문을 하여 보는 가을 어느 날,




2011년 11월 3일 목요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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