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교실 동기들이 오늘 만나자고 하여 집을 나선다.
이래저래 모두 떠나가고 세 사람이 이렇게 연명해 가는
우리들 모임이다.
어제는 겨울비가 심하다 할 만큼 장대비로 쏟아지더니
오늘은 날씨가 쌀쌀하고 가로수 은행잎들이 우수수 떨어
지고 있어 더 시린 듯 그런 초 겨울 날씨다.
어쩜 우리들 모임이 좀은 쓸쓸하다는 느낌이기도 한데
샤브샤브 식당에서 손 인사를 나누고 오찬에 막걸리를
드는 우리들은 너무 화기애애하고 젊은 청춘 못지 않게
참 즐겁기만 하엿다.
사람사는 것이 이렇게 만남으로 열기가 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모임이라고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를 한다.
김 회장님은 80줄에 계신분으로 컴에서 아주 유익하고
값진 좋은 글을 메일로 늘 보내주신다.
오늘도 연륜만큼이나 좋으신 말씀들로 우리들을 깨우처
주셔서 감사하는 마음이다.
복현님도 지난번 동참을 못 하신 미안한 마음으로 서로
식대를 내겠다는 것을 회장님의 만류로 각 자가 내자고
하신다.
그래야 모임도 오래 간다는 것,...
12월엔 올해의 모든 것을 다시 돌아보고 새 해를 맞는
결의 다운 그런 망년회라도 갖기로 한다.
나는 귀가 길에 정년퇴임식 때 송시를 직접 쓰신 장선생님
의 고마운 액자를 다시 새 것으로 고처 표구점에서 찾아
온다.
거실에 걸어 두니 지난날의 추억이요, 서로의 의의가 더
빛나게 보여진다.
저녁은 경우회가 부부로 모이는 날이라 아내랑 함께 간다.
이 모임 역시 겨우 세 쌍이 만나는 것을 회장님은 씽글이
시라 한 자리가 빈다.
서로가 이해하고 위로하며 잘 유지가 되어서 더없이 고맙
기만 모임 자리다.
나이 들어가면서 가족처럼 오랜 역사를 만들고 있는 우리들,
야간대학 동기들로 50년 가까히 모임을 하고 있으니 참
좋은 식구들이다.
오늘은 우리 곁을 떠나신 분들이 그리워 누구누구를 거명하고
그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이야기도 나눈다.
이렇게 한 번 멀어지면 어느 곳에 살던 안부 전화라도 하면
좋으련만 그것도 어려운 모양이다.
서로들 같은 것을 나이로 살아 가는 세상 ,...아쉬움만 나누고
없던 일처럼 넘어 가고 만다.
밤 바람이 차다 집에 돌아와 우리만의 하루에 감사하는 자리
평안한 마음으로 쉰다.
2011년 11월 19일 토요일 비 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