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보니 구름이 많아 비라도 올 듯 싶다.
아직 찬바람이 부는 옥상에 아내는 장을 담는 항아리를 혼자서
옮기려 하기에 내가 가서 서둘러 준다.
밤새 맑은 물을 닳여서 올리고 소금물로 담구는 것을,...
장에 드는 물도 이런 정성을 드리는 열정에 내가 고개를 숙인다.
지난번 시골 친척의 소개로 우리가 장성을 가서 사온 메주를
항아리에 담고 이렇게 금년 새 장을 담구는 작업 과정이다.
오전엔 집안일들 거둘고 점심을 내가 토스트를 만들고 아침에
삶은 고구마를 다시 렌지에 듸워서 맛있는 오찬 양식을 하였다.
아내는 양식이란 말에 웃음를 터트린다.
나는 도서관에 아내는 교회의 중보기도를 담당하여 나간다.
도서관은 방학중이라서 학생인 듯 젊은 사람들이 많았고 성인
노인들도 다수 독서를 하고 있다.
창밖엔 비가 아닌 눈이 내리고 있어 책을 보다가 울컥하는 감정
이 솟고 있었다.
마침 나는 한용운선생의 시집을 보면서 "예술가"란 시를 외우고
있던 차라 서서히 창가를 돌며 낮은 목소리를 내면서 혼자서
낭송에 신바람을 이르키기도 한다.
나는 서투른 화가 예요
잠 아니 오는 잠자리에 누워서 손가락을 가슴에 대고
당신의 코와 입과 두 볼에 샘 파지는 것까지 그렸습니다.
그러나 언제든지 작은 웃음이 떠도는 당신의 눈자위는
그리다가 백번이나 지웠습니다.
나는 파겁(破怯) 못한 성악가예요
이웃 사람도 돌아가고 버러지 소리도그쳤는데
당신의 가르쳐 주시던 노래를 부르다가 조는 고양이가
부그러워서 부르지 못 하였습니다
그래서 가는 바람이 문풍지를 스칠때에 가만히
합창하엿습니다.
나는 서정시이 되기에는
너무도 소질이 없나 봐요
"즐거움"이니 "슬픔"이니 "사랑'이니
그런것은 쓰기 싫어요.
당신의 얼굴과 소리와 걸음거리를
그대로 쓰고 싶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집과 침대와 꽃밭에
작은 돌도 쓰겠습니다.
일제치하의 나라사랑과 애국에 의지가 담긴 이 시,
순국정신의 진정 예술가라는 훌륭하신 시 정신을 뱌우며
도서관에서 낭송을 하고 외운 것을 작은 발자취에 적는다.
문닫기 전에 컴이나 좀 하려고 전산실로 올라가 보았더니
사람들이 줄을 서있기에 그냥 집으로 돌아 온다.
계속 진눈개비는 내리고 있다.
하루를 집일로 도우미가 되어보다가 이런 이름 없는 노 선비
같은 나의 삶이 너무 행복하여 눈발에 나의 눈가장자리에 잠시
기쁨의 물방울이 두루루 흐르는 것을 느껴 본다.
나의 하루 하루 값진 일들이여 참으로 감사하고 고맙기만 하다.
2012년 2월 21일 화요일 흐리고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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