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들 죽마고우 모임에 나들이를 한다.
3개월에 한 번씩 대전 전주를 번갈아 가면서 만난다.
전주에 가면 내가 들려야 할 곳이 있기에 일찍 나섰다.
역에 도착해 약 20분 정도를 걸어서 전 근무처를 찾아
가고 있었다.
거기엔 25년 전에 내가 모시던 선배님의 추모비가 사옥
앞에 세워져 있고 퇴직 후 뵙지 못하여 죄 된 마음에
오늘에야 찾게 된 것이다.
과연 추모비가 지금도 있는지,
헛걸음이 될지도 모른다며 큰마음을 먹고 갔다.
어림잡아 근처로 접근하였더니 다듬어진 잔디로 둘러진
옛 모습의 추모비석은 나를 반가이 맞아주고 있었다.
나는 고개 숙여 묵념으로 인사를 드렸다.
먼저 저 하늘나라에 명복을 빌어 드렸다. 그리고 50대에
고인이 되셨으니 사모님께서도 80쯤 되셨을 터이고
두 따님께서 가정을 이루시며 손자 손녀를 두셨을 세월,...
그 가족을 보시러 다녀가셨는지. 문안도 드려 본다.
하지만 고인께서는 말이 없고 추모의 정성을 세긴 글을
따라 빗방울만 흘러내린다.
내 마음도 그제야 서러워 눈물을 함께 쏟아 드렸다.
그리고 나 역시 30년 전에 근무를 하 던 곳이라 아는
사람도 없으니 사무실을 들릴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래도 선배님께서 이 사옥에 입주하기전 함께 매일
둘러보시며 구석구석을 세심히 살펴보시는 열정으로
" 미래엔 기안공문과 볼펜이 없는 세상이 온다.” 며
자랑하신 말씀이 나의 귀에 울려오고 있었다.
그 시절 벽면 콘센트를 책상 밑 평면 설계가 된 것이다.
선경지명이라 하였던가?
현재의 이 첨단 시설을 한 번 확인하고 싶었다.
현관에서 비를 피하여 얼마를 망설이 던 나는 용기를
내어 한 사무실로 들어섰다.
나의 방문을 소개하자 이 후배는 의자를 권하면서
친절하게 차대 접을 서둔다.
사양을 하기도 미안하여 잠시 쉬면서 고인의 그 시절
순직 이야기를 자상하게 설명하여 주었다.
거의 30년이 흘러간 이 시점엔 이런 내용을 알고 있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한전과 지역 발전을 위하여 어떤 일을 하셨는지, 고인의
증인이라도 되는 듯 내가 알고 있는 내력을 설명하였다.
왜.냐?면 누가 이 분의 추모비에 대한 답변의 자료가
되도록 하는 생각에서 이었다.
그리고 후배 분들이 고인의 애사 애향에 대한 숭고한
정신을 기리도록 하는 뜻도 전해 드리고 싶었다.
지금 은 역사 속에 묻혀버린 일이지만 그 시절 출장소의
업무는 광활한 지역을 담당하여 직원 1인으로 보수와
봉사를 맡아야 했다.
그래서 부인, 자녀들도 주야로 전화 응대를 하는 직원이
된 사연도 덧붙여 설명을 하여 주었다.
전주에서 익산 쪽으로 백구1인 출장소가 있었다.
군산 전주간 전주의 관문인 위치에 출장소장은 자기
업무를 성실히 담당하면서 여가를 이용하여 출장소
환경개선사업을 열심히 하였다.
담장이 없는 공간에 맨드라미꽃을 심고 출장소 정원을
잔디밭으로 만들었다. 여름철부터 내내 맨드라미꽃이
곱게 피는 발전소를 건설하여 오가는 시선을 끓었다.
그 당시 지사장님은 이 출장소가 전북의 얼굴을 빛내는
선도적 사업장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새해 신정의 휴일은 초하루부터 3일까지 이었다.
서울에 가족보다 이런 출장소 직원들을 더 소중하다며
케이크를 싣고 휴일 직무에 충실한 직원들 위로출장을
당신께서 다니시는 것이었다.
제1차로 들리신 백구 출장소에 방문을 하신시간엔
그 직원은 고장수리차 현장을 가고 직원 부인이 차를
끓이는 것을 사양하는 게 미덕이었던지 케이크만 전달
하고 나오신 길에 군산방면에서 목제를 싣고 오는 화물
트럭이 눈길에 이끌려 고인의 차를 들이받아 사고를
당하신 것이다.
나는 지역본부 사옥을 나서며 고인께서 웃어 보이시는
그 다정함을 떠올리고 다시 추모비를 향하여 묵념으로
명복을 빌어 드린다.
나 역시 전북을 떠나 다시 전남을 거처 영광원자력에서
정년을 맞은 세월도 10년이 지났다.
그러나 오늘 초면이신 김병찬실장님과 김민호 부장님의
차 대접과 방문 기념이며 "고전에서 배우는 리더십"이란
책자를 받아 들고 참 감사하는 마음을 담았다.
아울러 우리들 후배들이 한국전력을 세계기업으로 성장
하며 그 장하고 빛나는 모습에 찬사와 힘찬 박수를 보내
드린다.
2012년 8월 16일 목요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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