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상을 밀치고 우리 부부는 오늘밤도 열대야 일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산책을 하다가
"아버지의 마음은 지금도 몰라" 란 어느 선배님의 메일을 보다
아내를 불러 함께 읽었다.
어린 날 부모님을 속인 일, 어찌 이 글의 주인공 뿐이겠는가,
그래도 경북대학 총장까지 된 성공하신 분으로 어린날 아버지를
속인 죄 값을 톡톡히 하신 것이라며 감동과 기쁨을 나눈다.
우리집 거실엔 미국의 더글라스 맥아더 징군의 유명한 아버지의
기도문이 오래전 부터 액자로 걸려 있다.
재직중 홍보실에 직원 한 분이 사장님의 각종 연설문을 한글로
쓰시는 게 직업이라 글을 아주 잘 쓰신 분이다.
그분의 결국 우리나라 국전의 서예 한글로 최고의 상을 타셨기에
특별하게 부탁을 하여 얻어 온 글이다.
물론 누가 쓰고 누구의 글을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라 이 기도문이
우리들 가족 모두에게 사랑을 나누고 가정을 복으로 세우는 가족
모두의 소중한 기도요, 가훈처럼 이 내용을 배우고 실천 하는 바램
이고 가정에 대한 화목과 전통을 세우는 뜻으로 걸었다.
부족하고 부덕한 애비로서 자식들에게 더 훌륭한 철학이나 글이라
도 있었으면 좋겟지만 성공하신 분들의 진솔한 이야기라도 많이
알고 전해주는 바램으로 오늘은 이런 발자취로 삶에 자료로 활용을
하도록 남겨 본다.
그리고 지금 나는 아버지로써 과연 그 이름 값이나 하고 있는가,?
아직도 철없는 아이처럼 세월만 까먹고 살아가는 밥충이란 반성을
하고 있다.
2012년 8월 20일 월요일 흐림
아버지의 마음 지금도 몰라!
나의 고향은 경남 산청이다.
지금도 비교적 가난한 곳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가정형편도 안되고
- 머리도 안되는 나를 대구로 유학을 보냈다.
대구중학을 다녔는데 공부가 하기 싫었다.
1학년 8반, 석차는 68/68, 꼴찌를 했다.
부끄러운 성적표를 가지고 고향에 가는
- 어린 마음에도 그 성적을 내밀 자신이 없었다.
당신이 교육을 받지 못한 한을 자식을 통해 풀고자 했는데,
꼴찌라니...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소작농을 하면서도
아들을 중학교에 보낼 생각을 한 아버지를 떠올리면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잉크로 기록된 성적표를 1/68로 고쳐
아버지께 보여드렸다.
아버지는 보통학교도 다니지 않았으므로
내가 1등으로 고친 성적표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대구로 유학한 아들이 집으로 왔으니
친지들이 몰려와 "찬석이는 공부를 잘 했더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앞으로 봐야제, 이번에는 어쩌다 1등을 했는가 배.."했다.
"명순(아버지)이는 자식 하나는 잘 뒀어.
1등을 했으면 책거리를 해야제" 했다.
당시 우리집은 동네에서 가장 가난한 살림이었다.
이튿날 강에서 멱을 감고 돌아오니,
아버지는 한 마리뿐인 돼지를 잡아
동네 사람들을 모아 놓고 잔치를 하고 있었다.
그 돼지는 우리집 재산목록 1호였다.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아부지.."하고 불렀지만 다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달려 나갔다.
그 뒤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겁이 난 나는 강으로 가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에
물속에서 숨을 안 쉬고 버티기도 했고
주먹으로 내 머리를 내리치기도 했다.
충격적인 그 사건 이후 나는 달라졌다.
항상 그 일이 머리에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7년 후 나는 대학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그러니까 내 나이 45세가 되던 어느 날,
부모님 앞에 33년 전의 일을 사과하기 위해
"어무이.., 저 중학교 1학년 때 1등은 요..." 하고
말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옆에서 담배를 피우시던 아버지께서
"알고 있었다. 그만 해라. 민우(손자)가 듣는다." 고
하셨다.
자식의 위조한 성적을 알고도
재산목록 1호인 돼지를 잡아 잔치를 하신 부모님 마음을
박사이고 교수이고 대학 총장인 나는
아직도 감히 알 수가 없다.
- 전 경북대 총장 박찬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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