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가한 오후를 맞아
가을 산길을 찾아 나선다.
작은 배낭에 음료수 과자를
담았고 책과 스마트폰도
챙겼다.
목적지도 없이 그냥 지하철
종점에서 내렸다.
도심을 벗어나 어디 조용한
산마루 풀 밭 같은 곳,
배낭을 풀고 편안한 마음을
갖고 싶어서다.역에서
빠져나와 산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여기 변두리엔 작은 공장,
고물상들이 많다.
더구나 쓰레기 수집 장등이
너절하게 널려 있다.
얼마 오르자니 좁은 1차선
도로로 들어선다.
이 길을 따라 가면서 차를
만나면 한편으로 비껴 선다.
내가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좀 더 오르니 산골 밭에는
고구마는 없고 넝쿨이 널려
있다. 가던 길을 세우고
잠시 어린 날을 돌아보았다.
넝쿨이나 밭고랑에 버려진
잔 이삭이 달려 있어 그것을
친구들과 주워서 먹었다.
양식이 없어 배 곪아서였다.
아이들이 얼마나 먹고 입이
까맣다,
그럼 상대방의 입을 보며
서로 손가락질 하며 웃었다.
그 시절이 하늘 끝 만큼 멀었
다가 엊그제 같기도 하여
이젠 나 혼자 넋두리 짛으며
웃는다.
더 가다 보니 길가 도둑풀이
널려 있다.
이 풀은 가시 모양으로 옷에
달라붙어 떨어자잘 않는다.
이름을 도둑풀이라 했 단다.
이쯤에서 산을 올려 본다.
이제 단풍이 시작인가,
아직 실감이 나질 않았다.
그래도 이름 모를 잎들 완연
하게 붉게 타고 있다.
해는 졸고 바람이 앞장서
산에 오르며 나무를 사납게
흔들아 댄다.
그럴 때마다 앞에 시누대가
파랗게 질리며 울고 있다.
오르다 잠시 양지바른 곳에
잔디를 자리삼아 주저 앉았다.
배낭에 과자 음료수를 먹는데
바로 앞 풀 숲에서 색좋은 꿩
한마리가 푸르럭 날아간다.
야~ 꿩아,
네 놈보다는 내가 더 놀랐다.
며 주절대며 웃었다.
더 올라 무엇 하랴, 며 책 몇
페이지 읽고 일어선다.
동쪽은 그늘지고 서쪽 산 머
리에 연한 햇빛 조금 걸렸다.
얫날 엔 이 때쯤 동네의 굴뚝
으로 밥 짓는 연기가 올랐건만
지금은 가스나 전기를 사용
하가에 그런 풍경이 살아저
아쉽기만 하였다.
언제나 산을 오르다 보면 낮은
곳에 밭을 만들고 공장이나
무슨 건물이 서고 점차 산을
새양쥐처럼 갉아 먹는 세월을
본다.
그래서 산은 사람들로 부터
고통을 겪고 있다.
이제 나부터 더 자연을 사랑
하고 가꾸자는 다짐을 하면서
우리 모두와 사회가 참여하기
를 소망하여 본다.
2013년 11월 4일 월요일 맑음